[비즈니스포스트]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과기대) 교직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과기대 교수와 강사, 교직원 142명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내어 "검사들의 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을 군인의 총으로 대신하려던 시대착오적 망상을 지닌 자에겐 대통령의 자리가 아니라 철창 속 감방의 자리가 합당하다"며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지금의 대통령이 더는 국민의 대표가 아님을 선언하며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하루 빨리 퇴진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울과기대 시국선언, "계엄 시대착오적" "윤석열 하루 빨리 퇴진해야"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문 사진. <서울과기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시도한 것 외에도 10개의 이유를 들어 윤석열 정권이 종식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시국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이 △유례없는 불공정 △조직된 폭력 △어이없는 농단 △뻔뻔스런 횡탈 △허탈한 무책임 △유례 없는 무능 △노골적인 무시 △미래를 잡아먹을 무지 △재 식민화 △무모한 위험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서울과기대 교직원들은 "우리는 지금 비상과 추락의 분기점에 서 있다"며 "이 모든 사태가 우리가 선출한 대표로 인해 야기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한 현실주의를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강사 교직원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강사 교직원 시국선언문>

좀비가 된 권력자가 대한민국을 휘저어놓고 있다. 그 좀비를 호위하는 칼 든 무사들과 그 좀비를 부리는 술사들이 대한민국을 농단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이 야기한 총체적 난국에 맞서, 좀비가 된 권력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미력하나마 작은 목소리를 하나 더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불공정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필요하면 누구든 뒤지고 탈탈 털어 범법자로 만들지만, 범법과 거짓을 반복하는 대통령과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의 부당이득을 챙긴 대통령 배우자에겐 면죄부만 발부하는 기상천외한 불공정의 시대를, 정의라는 말이 입에 담기 민망한 말이 되고 최소한의 형식적 공정성도 자취를 감춘 참담한 불의의 시대를. 

지금 우리는 또다시 조직된 폭력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군사정권의 폭력을 능가하는 법적 폭력의 시대를. 권력자의 시선을 따라 압수수색과 기소를 집요하게 반복하고, 타겟 주변의 인물들에게 ‘죽느냐 사느냐’의 결단을 요구하는 잔인한 검사들의 시대를. 국가권력이 공권력 아닌 ‘공폭력’이 된 시대, 공적 형식으로 자행되는 사적 폭력이 된 시대를.

지금 우리는 어이없는 농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적 이득이 모든 공적 권력을 장악하고 국가권력이 사적 이득의 도구가 된 시대를. 대통령의 휴대전화가 그 배우자의 주변 사람 챙기는 메신저가 되고, 대통령의 이름으로 정치 브로커가 정부와 정당의 인사를 좌우하는 농단의 시대를. 정치 브로커가 전화기로 불러준 결과를 여론조사로 발표하고 그것이 선거판을 좌우하는 농단의 시대를.

지금 우리는 뻔뻔스런 횡탈의 시대를 살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의 가족을 위해 고속도로를 바꾸고, 대통령 관저 등의 공사비용이 근거도 문서도 없이 주변 사람 주머니를 채우는 게 ‘정상’이 된 시대를. 대통령 일가와의 친분이 돈과 출세의 수단이 된 시대를. 명품백 하나의 가격보다도 싼 권력자의 영혼이 국민 전체의 품격을 잠식하는 천박한 추문의 시대를.

지금 우리는 허탈한 무책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죽어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시대, 수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군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한 마디 위로마저 받지 못한 채 공중에 떠 버리고, 그걸 조사하여 죽은 이의 마음이라도 풀어주려던 이들이 지휘 책임을 면해주려는 대통령 주변 인맥의 배려에 의해 뜬금없이 범죄자가 되는 시대, 그런 사태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법들이 대통령의 집요한 거부권 행사로 백지화 되는 시대다.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무능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야심찬 ‘의료개혁’이 난감한 ‘의료대란’이 되고 의과대학의 수업이 중단된 지 일 년이 되어가도 아무도 어떤 해결책을 내지 못하는 상태는 하나의 단적인 사례다. 경제, 외교, 교육, 복지 등의 어떤 문제도, 어떤 공약도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정책담당자들의 보고를 듣는 자리를 자신의 평소 소신을 말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대통령 앞에선 모든 능력이 무효화되기 때문일 터이다.

지금 우리는 노골적인 무시의 체제를 살고 있다. 제기되는 의문은 못 들은 척 흘려보내고, 제시되는 증거는 과감하게 뭉개버리며, 반대자는 끌어내고, 사실 지적엔 ‘격노’하는 낯 두꺼운 무시의 체제, ‘국민의 대표자’가 법으로 확인하려는 입법기관의 시도마저 거듭하여 거부하는 집요한 무시의 체제, 더할 수 없이 낮아진 여론은 ‘어차피’의 내심으로 귀 밖으로 밀쳐내는 태평한 무시의 체제다.

지금 우리는 필경 미래를 잡아먹을 무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대통령실의 예산은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인문사회과학이나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비마저 과감하게 삭감하고 국민들의 교육 예산을 주저 없이 없애버리는 정책적 무지의 시대를.

지금 우리는 재-식민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위안부, 강제노역 등 식민화의 치명적 기억들을 ‘미래’라는 이름 아래 지우고 그 외교적 지지의 대가를 배신과 외면으로 돌려받는 씁쓸한 재-식민화의 역사를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뉴라이트’라는 이름의 어설픈 이념과 그 이념의 미련한 전위들이 역사의 거점들을 점거하는 현재를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모한 위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오래된 냉전적 대결의식으로 통일정책을 대신하고 멱살잡이식 치킨게임으로 반도 전체를 전쟁을 향해 밀고 가는 무모함의 시대를, 미국조차 포기하여 발을 빼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점점 더 발을 깊이 담그며 인근 국가들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의 시대를. 허장성세의 과시욕이 평화와 안보를 아득한 절벽으로 몰고가는 아찔한 불안의 시대를.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상황은 대단히 긴박하고 엄중하다. 우리는 지금 비상과 추락의 분기점에 서 있다. 그렇기에 어느 하나 유감스럽고 분통 터지지 않는 게 없는 이러한 시대를 우리는 거부하고자 한다. 이 모든 사태가 우리가 ‘선출’한 대표로 인해 야기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한 현실주의를 우리는 거절한다. 철의 피부를 가진 그 대표가 대통령의 자리를 고수하고 그 배우자가 '철없는' 대통령을 움직이는 체제가 지속되는 한, 불공정과 폭력, 농단과 횡탈, 무책임과 무능, 무시와 무지, 재식민화와 전쟁의 위험 등 어느 하나도 해결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이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해결되어 추락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나길 바라기에,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지금의 대통령이 더는 국민의 대표가 아님을 선언한다. 사유화된 권력의 좀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길 거부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하루 빨리 퇴진하길 요구한다.

이제 다시, 한 단락을 추가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희극적 시대착오의 시간을 살고 있다. 12월 3일 밤, 맹추같은 계엄령은 쿠데타의 역사에 다시 없을 희대의 코미디였다. 검사들의 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을 군인의 총으로 대신하려던 시대착오적 망상을 지닌 자에겐 대통령의 자리가 아니라 철창 속 감방의 자리가 합당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경래, 강동완, 강병호, 강소민, 강수현, 강은아, 강은진, 고병권, 고은강, 고재욱, 권용선, 금창희, 기현우, 김금희, 김남섭, 김대근, 김덕선, 김명심, 김미도, 김민수, 김상규, 김선영, 김성수, 김승철, 김승환, 김영범, 김영순, 김유진, 김은주, 김일환, 김정수, 김지혜, 김진현, 김태선, 김현아, 김혜련, 김효정, 나두경, 나희덕, 노유진, 류민영, 모소현, 문은솔, 문지수, 문해은, 박구만, 박기태, 박보나, 박세혁, 박소현, 박숙희, 박영준, 박인환, 박정민, 박정수, 박정태, 박준영, 박준혁, 박지영, 박태호, 박희진, 백광균, 서동현, 서은영, 손기태, 송형준, 신연우, 신윤호, 신일훈, 심경수, 심규호, 심미현, 심민규, 심은솔, 심일종, 안영주, 안은희, 안중경, 안해림, 안효섭, 안희옥, 양혜진, 엄소정, 오영일, 오춘식, 원용옥, 유지현, 유현미, 윤가연, 윤석구, 윤여령, 이경미, 이경화, 이광섭, 이려화, 이수연, 이수영, 이승연, 이영준, 이영훈, 이용주, 이종현, 이창노, 이현정, 이혜선, 임선구, 전성희, 전은기, 전형국, 정상우, 정연찬, 정은지, 정인철, 정한석, 정흥준, 정희승, 조덕우, 차중회, 최영희, 최주연, 최진석, 한경원, 한계륜, 한동욱, 한사람, 한지형, 한홍진, 홍승표, 황병철, 황연, 황의규, 김기환, 유혜종, 최진호, 김유선, 이종임, 정진우, 김보경, 성재용, 정서영. 이상 14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