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미국증시 상장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야놀자 기업가치를 놓고 회사와 투자자들 사이의 시각 차이 탓에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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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여행테크기업으로서 기업가치를 구축하며 미국증시 상장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괄대표는 국내 시장에 국한돼 있는 숙박플랫폼 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역량을 강화하며 여행기술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야놀자에 따르면 클라우드부문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관련 기술력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 곳곳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야놀자는 숙박 예약과 여행상품 판매를 하는 플랫폼 사업 이외에도 여행 관련 솔루션을 국내외로 유통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하고 있다. 클라우드부문은 여행업계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춰 야놀자가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클라우드 사업은 대체로 B2B(기업 사이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숙박 관리, 숙박업체의 객실 판매 서비스, 광고 서비스, 가격 최적화 솔루션 등을 고객사에 제공한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사업의 시장 외연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클라우드 부문으로 야놀자클라우드솔루션(YCS), 고글로벌트래블(GGT), 산하정보기술, 데이블, 마이즈 등 국내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28개 나라에서 69개 사무실을 운영하며 200곳 넘는 나라의 133만 곳 이상의 여행서비스 사업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클라우드 부문 계열사인 산하정보기술이 올해 호텔 솔루션사업 범위를 중소형 호텔로까지 넓힌 것도 시장 외연 확장의 일환이다. 산하정보기술은 이전까지 국내외 호텔 체인과 중대형 호텔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중소형 호텔에 특화한 솔루션 서비스를 추가해 공급 범위를 확대했다.      
 
클라우드 부문 뿐 아니라 본업인 플랫폼 부문에서도 기술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야놀자는 자회사로 두고 있던 인터파크트리플을 합병해 플랫폼 통합법인 놀유니버스를 출범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두 회사 각각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수진 총괄대표가 IT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부문의 사업 성장에 공을 들이는 한편 IT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미국증시 상장을 겨냥해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를 설득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장 상태인 야놀자는 일찌감치 미국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야놀자가 이르면 7월 미국증시에 상장해 4억 달러(5660억 원)를 조달한다는 계획 아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3분기 중 매듭지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야놀자의 상장은 아직도 무소식이다. 이미 12월에 이른 만큼 현실적으로 연내 상장은 무리인 셈이다. 

투자금융(IB)업계 일각에서는 회사 측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 기업가치에 대한 인식의 괴리가  상장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숙박 플랫폼 중심의 야놀자 사업구조는 에어비앤비나 익스피디아그룹 등 글로벌 온라인여행대행사(OTA)들과 비슷하다. 다만 글로벌 온라인여행대행사들의 사업무대가 세계 곳곳인 반면 야놀자의 플랫폼 사업은 국내 시장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한정된 시장에서 지배적 입지를 구축하는 사업모델로 미국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의 모델도 있긴 하다. 

다만 국내 숙박 플랫폼 시장은 야놀자 외에도 여기어때 등 경쟁사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만큼 야놀자의 위치를 쿠팡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누리는 우월적 시장 지위와 견주는 게 타당한지를 놓고는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이수진 총괄대표로서는 실적 확장성과 기업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 총괄대표가 IT기술에 기반을 둔 클라우드 사업 등을 강화하며 여행기술 기업으로 위치선정을 하려는 데는 단기적으로 미국증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들에게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IT기업들은 일반 제조기업이나 서비스기업보다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이 총괄대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여행기술 기업으로서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온라인여행대행사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성장 여력이 높은 분야를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각종 B2B 솔루션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260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약 10%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 총괄대표가 여행테크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버티컬AI(인공지능)’이다. 버티컬AI는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한 인공지능 모델을 뜻하는 용어로 야놀자의 사례에서는 인공지능을 여행산업에 특화해 적용하는 서비스 등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야놀자가 200개 넘는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각국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공지능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여행산업 가치사슬 안의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가격 최적화와 객실 맵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놀자 미국증시 가는 길 지연, 이수진 '테크기업' 이미지 구축 신발끈 조여

▲ 야놀자클라우드 국내외 계열사 경영진들이 10월9일부터 3일 동안 서울 본사에서 열린 '2024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인공지능을 통한 여행솔루션 사업 고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야놀자클라우드>

이 총괄대표는 야놀자가 여행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둔 만큼 여행에 특화한 인공지능 분야에서만큼은 글로벌 인공지능 전문기업들과 경쟁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놀자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한 데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야놀자는 세계경제포럼 혁신자 커뮤니티에 유니콘기업으로 가입해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유니콘 기업으로 참가하게 됐다. 

이 총괄대표는 야놀자의 세계경제포럼 참가를 알리는 언론배포 자료를 통해 "세계경제포럼 혁신자 커뮤니티 선도 유니콘기업 선정은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야놀자가 이룩한 기술 혁신과 성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세계 기업들과 협력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여행 산업의 변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버티컬AI는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단위에서 소비자들에게 여행계획을 구성해 주거나 리뷰 요약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적용할 수 있지만 주로 B2B 단위에서 더 유용하고 다양하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성수기와 비수기의 숙박료를 자동으로 책정하거나 소비자별로 서로 다른 수요를 고려한 숙박료 책정 등에서 가격 밴드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반영하는 서비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