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사장단·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 인공지능(AI)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사장단·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 인공지능(AI)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올해 내내 사업구조 재편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냈는데, 연말 인사를 통해 젊은 기술 인재들을 적극 발탁하며 AI 사업 전환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지주사 SK, SK텔레콤, SK스퀘어 등 주요 계열사들 모두 AI 인재를 일선에 배치하며 본격화할 SK그룹의 AI 사업 변화를 예고했다.
5일 SK그룹이 발표한 2025년 사장단·임원 인사에 대해 재계는 예상보다 사장단 교체 폭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5~6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대표이사를 순차 교체한 데다, 지난 11월1일 SK이노베이션-SKE&S 합병 법인 출범 전 SK에너지, SK지오엔트릭, SK엔무브 등 3곳의 대표를 물갈이했던 만큼 연말 사장단 인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은 2명에 그쳤고,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 등 그룹 2인 부회장 체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임원진에선 상당한 변화가 이뤄졌다.
우선 젊은 기술 인재들이 대거 임원에 오르며 AI를 최우선 사업으로 삼은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최 회장은 11월4일 열린 ‘SK AI 서밋’에서 “AI 미래를 가속하기 위해 SK가 보유한 AI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더해 글로벌 AI를 혁신과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75명의 신규 임원진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가 기술과 생산현장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다. 새롭게 선임된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9.4세다.
또 33명의 임원을 배출한 SK하이닉스는 신규 임원 가운데 약 70%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같은 기술 전문가였다. 최연소 임원 승진자인 최준용 SK하이닉스 HBM 사업기획 담당은 1982년생(만 42세)이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CDO) 사장도 차세대 AI 메모리 등 미래 제품을 개발하는 중임을 맡는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4년 11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 SK > |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해 SK텔레콤 주도로 AI 연구개발(R&D)센터도 신설한다.
AI R&D센터는 AI 모델링, 비전 AI, 디지털 트윈, AI 팩토리 등 AI 기반 기술 영역에서 계열사들의 사업을 지원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AI와 디지털전환(DT)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했다”며 “이를 통해 그룹과 계열사 간 AI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7대 사업부 가운데 에이닷사업부, GPAA(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사업부, AIX사업부, AI 데이터센터(DC)사업부 등 4곳을 AI 관련 사업부로 구축하며 AI에서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을 꾸렸다.
이번에 SK텔레콤 AI 인텔리전스사업본부장 겸 AIX 테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박준 SK C&C DX부문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AI 전문가다.
지주사 SK도 대표이사 직속으로 'AI 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해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 발굴을 강화한다.
중간지주사 SK스퀘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AI와 반도체에 집중하기 위해 투자 전문가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에 1974년생인 이재환 대표를 선임해 AI 기반 모빌리티 데이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한다.
이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석사 학위를 받고 IBM에서도 근무한 인물로, 모빌리티와 AI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AI와 기술 임원을 전면에 배치하고, 조직개편도 AI에 초점을 맞췄다”며 “사장단 인사는 크지 않았지만, 실무 임원진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