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비상계엄 사태로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인 국토교통부도 한동안 정상적인 정책업무 전개가 어려운 상황에 몰리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토지전문가로 취임 당시 기대를 받았던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1년여 공을 들인 주택 공급 정책 동력이 크게 흔들리면서다.
 
부동산시장 불안 커지는데 힘 빠지는 정부, 국토장관 박상우 공들인 주택 공급도 표류

▲ 비상계엄 파장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심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정책 마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5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 흐름을 놓고 부정적 전망이 강하게 힘을 받고 있다.

서울 강북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상계엄이 너무 큰 일이라 실수요자들의 동요가 많을 것”이라며 “최근 재건축 정책 관련한 호재에도 주변에 추진 단지 별로 각기 원하는 바가 다른데 정책이 또 바뀌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도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북에서 장위뉴타운이나 광운대역세권 등에 좋은 브랜드 아파트가 분양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며 “서울에서는 결국 재개발·재건축으로 신축 아파트가 공급돼야 하는데 좋았던 흐름이 이어질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 서울 강북권에서는 1군 브랜드가 점차 많아지고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도 속도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

7월 분양한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장위6구역 재개발사업)’는 1순위 평균 경쟁률 35.1대 1, 11월 청약을 접수한 ‘서울원 아이파크(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는 1순위 평균 경쟁률 14.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북에서 전용면적 84㎡ 기준 10억 원을 훌쩍 넘는 분양가임에도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서울 밖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불안감이 더욱 큰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 남부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이전부터 매매거래, 전월세 계약이 뚝 끊어졌던 상황”이라며 “대출규제 탓에 특히 신혼부부 등의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점점 외곽으로 가면서 베드타운 성격이 짙은 곳일수록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 안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 붙는 부동산 시장에 정부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 등 정책 추진이 절실하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은 이미 사라지는 분위기로 여겨진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할 국토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박 장관을 비롯해 국무위원 전원은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에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3일 저녁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내란죄를 비롯해 절차적 정당성이 문제되는 상황인 만큼 비상계엄 선포의 사전 절차인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도 개의 정족수의 충족 여부, 내란행위 가담 여부 등에 정치적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으로서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정책 역량을 펼치지 못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박 장관은 취임 당시 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주택정책과장, 주택토지실장 등을 거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까지 지내 적극적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할 장관으로 기대를 받았다.

전임 원희룡 장관이 3선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를 지낸 정치인 출신이라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수습에 이어 정치적 현안에서 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비교가 됐다.

현재까지 박 장관의 장관직 수행을 놓고는 정책 추진에 집중했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현재 정부가 매년 대규모 대책을 발표하며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에 힘을 싣는 데는 박 장관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 정부에서는 첫해 8·16 대책을 시작으로 지난해 9·26 대책, 올해 1·10대책을 지나 8·8 대책까지 모두 30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규제 완화의 대표적 정책으로는 11월14일 국회 본회의를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따른 ‘재건축 패스트트랙’ 제도가 있다. 이는 안전진단 명칭을 재건축 진단으로 바꾸면서 30년 이상 아파트는 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최근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선도지구를 선정한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도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또 주택공급의 핵심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중장기 부채비율 목표를 완화하기도 했다. 정부의 핵심 기조인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확보보다도 부동산 정책에서는 수행기관으로의 역할을 더 강조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주거안정을 위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장관은 "내년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해 수도권에 신규택지를 추가 발굴하고 신축매입임대를 집중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및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하는 등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은 시간이 필요한 정책인 만큼 아직 시장이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정국의 불안정성 확대와 국토부의 정책 추진 동력 상실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 정부의 2023~2024년 주택공급목표 101만 호 가운데 올해 8월까지 달성률은 인허가 기준으로 62.3%, 준공 기준으로 71.6%에 그친다.
 
부동산시장 불안 커지는데 힘 빠지는 정부, 국토장관 박상우 공들인 주택 공급도 표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주택공급 정책이 더 가다듬어지고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9월 진행된 주택공급 세미나에서 정부의 8·8 대책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세밀함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 위원이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 분야는 최근 3년 동안 인허가 뒤 미착공 아파트 20만 호를 조기착공하기 위한 세부지원계획 △인허가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브릿지론 지원방안 △착공물량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PF 정상화 방안 △수도권 신도시 등 택지지구의 구체적 분양물량과 일정 등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1월 ‘현 정부의 주택공급확대정책 평가와 제언’ 보고서에서 “현 정부 출범 뒤 매년 공급대책이 나왔지만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2025~2026년 공급 불안 우려가 상존한다”며 “수요정책보다 공급정책이 장기에 걸쳐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이해하고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당장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으로 주요 주택공기업이 모이는 주택공급 점검회의 개최가 무산되는 등 정책의 연속성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4일 오전 박 장관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취소했다. 이 회의는 국토부와 토지주택공사, 서울도시주택공사(SH),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함께 참여해 올해의 마무리를 1달 앞두고 주택공급 실적을 점검하며 내년도 계획을 다듬는 자리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회의 개최 일정과 회의 개최 검토 여부 등을 놓고 “무기한 연기 됐으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