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눈앞에 둔 만큼 그룹 전반의 조직과 인적구성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3년 만에 큰 폭의 인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항공이 2년 동안 자회사로 둔 뒤 통합하게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새 수장의 후보로는 인수·통합 작업을 총괄해온 최정호 대한항공 부사장이 거명되고 있다.
 
조원태 아시아나항공 최정호에게 계속 맡기나, 한진그룹 인사에 쏠리는 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거의 눈앞에 둔 만큼 큰 폭의 임원인사를 단행할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른 만큼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서 통합작업을 지휘할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통합추진 조직을 구성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최종 종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다. 자회사로서 약 2년 동안 통합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최종 합병되는 수순을 밟는다.

대한항공으로서는 2년의 준비 기간에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두 항공사를 가급적 마찰 없이 한 데 묶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최정호 대한항공 부사장은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맡길 인물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 내에서 여객 영업과 노선 전략 등에서 경험이 풍부한 부사장급 인물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발탁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기준에 최 부사장이 상당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최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아시아나 인수통합 총괄’을 담당하며 2022년부터 통합작업을 준비해왔다.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서 여객 영업과 노선전략에서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최 부사장은 아시아나 인수통합 추진 총괄뿐 아니라 리커버리 추진 총괄도 겸직하며 코로나19 시기 위축됐던 사업을 회복하는 역할도 맡았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들을 겸해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조 회장이 그만큼 최 부사장을 신임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부사장은 1964년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여객 노선 현장에서 영업 전문성을 키웠다. 일본지역본부 여객팀장, 여객노선영업부 일본노선팀 팀장, 여객노선영업부 담당 상무보 등을 거쳤다. 

2016년에는 대한항공 아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대표이사로 발탁돼 2022년 대한항공에 돌아가기 전까지 진에어를 이끌었다. 

최 부사장은 진에어에 있을 때 국토교통부의 제재를 받고 신규 항공기 등록과 신규노선 취항이 제한되기도 했지만 서둘러 경영 개선책을 마련하며 제재 해소를 이끌어내는 등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조원태 아시아나항공 최정호에게 계속 맡기나, 한진그룹 인사에 쏠리는 눈

최정호 대한항공 인수통합 추진 총괄 겸 리커버리 추진 총괄 부사장.


최 부사장이 저비용항공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은 아시아나항공 아래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진에어와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데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통합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저비용항공사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대한항공의 다른 부사장급 임원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대표로 이동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더 역점을 둔다면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맡길 여지도 있다.

기존 아시아나항공 내부 구성원들을 다독이고 화학적 결합 효과를 높이는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급만 교체하고 나머지 인력 변동은 최소화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한항공에서 사람들이 대거 이동하게 되면 자칫 ‘점령군’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결합이 추진된 대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인수 대상이 된 곳의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같은 그룹사에 통합됐을 때도 좌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사에 인수된 내부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는 일은 대한항공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 차원에서 최대 과제였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조 회장은 이전보다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최근 가장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던 때는 2022년 1월 정기 임원인사다. 조현민 한진 사장을 비롯한 현재 한진그룹 계열사 사장들 대부분이 당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한진그룹에서 조 회장을 빼면 최고위직은 사장이다. 오너 가문 일원으로는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민 한진 사장이 사장 직급이고 전문경영인으로는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이수근 한국공항 대표이사,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등이 사장 직급을 달고 있다.
 
조원태 아시아나항공 최정호에게 계속 맡기나, 한진그룹 인사에 쏠리는 눈

▲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며 인수합병 여정의 종착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세계 10위 권 안팎 초대형항공사를 거느리게 되는 만큼 한 단계 높아진 그룹의 대외적 위상에 걸맞게 내부 구성원들의 직급 상향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전문경영인체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2018년 부회장 자리를 만들었지만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그 자리에 있다 물러난 뒤 여태 그룹 내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없었다. 

이번에 계열사를 오고가는 인사도 다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류경표 사장이 물류회사인 한진에서 지주회사인 한진칼로 자리를 옮긴 일이 있었다. 한진에서 류 사장과 각자대표를 이루다 현재 단독대표를 맡고 있는 노삼석 사장은 애초 대한항공에서 항공화물 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 만큼 대한항공이나 한진칼로 옮길 여지가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 인사와 관련해서 나온 얘기가 전혀 없다”며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가 완료된 이후에나 다른 논의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