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플라스틱협약] 회기 연장에도 성과 없었다, 내년 협상은 더 '가시밭길'

▲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열렸던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비즈니스포스트>

[부산=비즈니스포스트]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플라스틱협약 최종 협상이 회기 연장에도 결국 성과 없이 종료됐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을 포함하는 강력한 협약을 위한 안건을 향한 각국 입장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져 내년 추가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하루 연장된 회기 내에도 협상문 성안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각국 대표단 사이에서 가장 의견차가 컸던 부분은 플라스틱 제품 생산 감축목표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번 협상에서 유럽연합(EU), 페루, 르완다 등 우호국연합(HAC) 국가들은 강력한 협약을 위해 구체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목표를 합의문에 포함하고 이를 각국이 이행하게 할 법적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여부는 회원국 자율에 맡기고 생분해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 개선 등 폐기물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유럽의 한 외교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사우디와 러시아만 아니었다면 이번 협약은 진작 성안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부산 회의가 최종 협상 자리였던 만큼 각국은 '의장 초안'이라고 불리는 합의문 초안까지는 도출했다. 

유엔환경계획은(UNEP)은 내년 추가 협상은 이 초안을 기반으로 논의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향한 세계의 목적성은 명확하고 부인할 수 없다”며 “부산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우리는 플라스틱 오염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건강, 환경, 미래를 보호할 법적 구속력 있는 글로벌 조약을 향한 합의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말했다.
 
[국제플라스틱협약] 회기 연장에도 성과 없었다, 내년 협상은 더 '가시밭길'

▲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비즈니스포스트>

지지부진한 협상에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환경단체와 우호국연합 국가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서라도 생산 감축 문제는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각국 정부 대표단은 다음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목표와 실질적 조치를 포함한 효과적인 협약을 도출해야 한다”며 “또 유해화학물질로부터의 보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재사용 목표 설정, 공정한 재정 계획 마련 등도 핵심 과제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 초안 발표가 있었던 지난 1일 캐나다와 세네갈 등 국가들은 플라스틱 감축목표 설정을 촉구하는 공식성명을 내놨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특정 유해 플라스틱 제품과 플라스틱에 포함된 우려 화학 물질과 관련한 글로벌 제한와 단계적 폐지는 인간 건강과 환경 보호에 필수적”이라며 “우리 환경을 더럽히고 생태계를 손상시키고 우리 건강에 잠재적 위협을 초래하는 플라스틱 오염을 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이크 은디아예 살라 세네갈 대표도 “지금 제시된 이 초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생산에 관한 부분이 명시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형태로 나와야 하는데 이렇게 부족한 초안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외신들에 따르면 산유국들과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감축계획 명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다음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교체된다는 점도 내년 협상에 있어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한 국가 출신 외교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정부가 협약에 좀 더 적대적 입장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중되는 불안 요소에도 정부간협상위원회 사무국은 협약 성안을 위해 내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루이즈 바야스 발비디에소 정부간협상위원회 의장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향한) 저희의 사명은 항상 야심적이었지만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며 "나는 우리 모든 대표단이 계속해서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고 대화에 참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