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가인 최주선 신임 삼성SDI 대표이사 내정자가 트럼프발 미국 배터리 정책 불확실성 속에 북미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지 주목된다.

삼성SDI는 북미 교두보가 될 스텔란티스와 합작 배터리 공장을 올해 12월 가동할 예정이다. 초기 가동률 상승(램프업) 성공 여부에 따라 고정비 부담 축소 등 실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최 대표 내정자가 현지 합작법인 공장의 생산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 맡은 최주선, 트럼프 리스크 뚫고 북미 사업 성공적 안착 무거운 짐

▲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오는 12월 가동하는 첫 북미 합작 배터리 공장 가동률을 이른 시일 내 끌어올리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8일 삼성SDI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말 가동하는 북미 합작 공장을 시작으로 진행 중인 설비투자를 마치면, 회사의 실적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까지 회사의 북미 매출은 4조153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2.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비중 26.3%에서 6.1%포인트 높아졌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미국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는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위치한 1공장(연산 능력 33GWh)의 첫 번째 생산라인에서 각형 배터리 P6 제품을 12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한다. 1공장의 나머지 3개 라인도 내년 1분기부터 순차 가동할 예정이다.

통상 새 배터리 공장의 램프업(장비 설치 후 대량 양산까지 생산 확대) 시기가 빠를수록 고정비 부담이 낮아져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증권가에서 회사의 북미 1공장의 생산안정화를 내년 중대형 전지 사업 실적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로 평가하는 이유다.

회사가 예고한 향후 북미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은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34GWh, 2027년 가동), GM 합작 공장(최대 36GWh, 2027년 가동) 등이다. 

회사는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에 12억8700만 달러(1조6300억 원가량), GM 합작 공장에 17조3200만 달러(약 2조3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투자가 늦었기 때문에 설비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보수적 관점에서 신공장 가동과 가동률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회사는 북미에 추가 배터리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앞서 최윤호 삼성SDI 현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북미에 (삼성SDI) 단독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와 배터리 지원정책 ‘역주행’을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출범함에 따라 북미 배터리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북미 현지 공장 건설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영향이 컸는데, 트럼프 새 정부가 AMPC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미 현지서 생산한 배터리셀·팩에 따라 최대 1kW당 45달러의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AMPC는 내년 삼성SDI의 북미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혀왔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회사의 내년 미국 AMPC는 7천억 원 대 수준으로 추산됐다.
 
삼성SDI 맡은 최주선, 트럼프 리스크 뚫고 북미 사업 성공적 안착 무거운 짐

▲ 삼성SDI가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 전경 <스타플러스에너지>


북미 전기차용 배터리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도 최 대표 내정자가 챙겨야 할 사안이다.

회사의 ESS용 삼성배터리박스(SBB) 미국 판매량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 삼성배터리박스1.5(SBB1.5)는 ESS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주력 제품으로 지목됐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전기차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SDI의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2조1268억 원, 영업이익 485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3%, 영업이익은 56.5% 각각 줄었다.

최 내정자는 1963년 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과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가 2004년 삼성전자로 이직한 후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DS부문 미주총괄 등을 맡았다.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거쳐 2021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TV수요 부진에 대응해 2022년 6월 삼성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고, IT·전장용 올레드(OLED), 올레도스(OLEDoS, 마이크로 올레드) 등의 사업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