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법원이 게임사가 유료 아이템의 확률을 허위로 안내해 이용자가 입은 피해 금액 일부를 환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게임사와 이용자 사이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내린 첫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넥슨의 대표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김준성 씨가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피고의 상고 이유는 소액사건심판법이 정한 적법한 상고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넥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게임사에 구매 금액의 5%인 약 57만 원을 반환하라는 2심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넥슨 패소 확정, 신뢰 상실로 매출 지속 감소

▲ 대법원이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과 관련해 넥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용자 손을 들어줬다. 


넥슨은 2021년 2월, 메이플스토리에서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와 관련된 패치를 진행하며 이번 사건의 발단을 만들었다.

회사는 기존에 공격력 증가, 방어율 증가 등 여러 능력치 중 3개가 큐브에 무작위 확률로 배정된다고 안내했지만, 해당 패치를 통해 실제로 이용자에게 유리한 능력치는 최대 2개까지만 등장하도록 설정돼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됐다.

큐브와 관련된 확률 조작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입장 발표를 통해 2024년 1월3일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16억 원도 부과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지난 8월 별도의 보상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김 씨는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넥슨의 사기에 의해 아이템을 구매했다"며 1144만원의 환불을 요구하는 소액 소송을 홀로 진행했다. 다만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한 김 씨와 달리, 넥슨은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며 소송에 대응, 결국 김 씨가 패소했다.

김 씨는 2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판부 조언에 따라 소송구조를 신청해 변호사 지원을 받았고, 2023년 1월19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법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대기업과 대형 법률회사의 변호인단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서 아이템 확률 정보를 차단한 것은 넥슨의 의도적이고 계획적 설정의 결과"라며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아이템 확률을 차단하고도 이를 장기간 공지하지 않은 행위는 단순한 부작위나 침묵이 아니라 이용자 사행 심리와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을 유도, 자극, 방치하려는 의도적이고 적극적 기망 행위"라고 판시했다.

큐브 확률조작 사건은 넥슨이 이용자에 일정 금액을 환불한 사례를 넘어서, 이용자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회사 실적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넥슨은 해마다 메이플스토리로 최소 4천억~5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대규모 이탈하면서 실제 국내 매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통계를 내는 사이트 ‘메애기’에 따르면 올해 1월4일 51만8천 명 정도를 기록했던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수는 확률조작 사건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그리며, 11월28일 기준 39.08% 감소한 31만5천 명을 기록하고 있다.

넥슨은 2024년 3분기 국내에서 2023년 3분기보다 38% 감소한 약 428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PC 매출과 모바일 매출은 2023년 3분기보다 각각 36%, 43%씩 감소했는데, 이러한 현상은 올해 1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 측도 올해 2분기와 3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메이플스토리 매출 감소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PC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