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에 과반 노조가 탄생하면서 최수연 대표가 추진하는 경영효율화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지난달 카카오 본사에 이어 네이버도 본사를 포함한 산하 6개 법인의 노조 가입률이 50%를 넘기며 사상 처음으로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국내 IT업계에서 대형 과반 노조가 탄생한 사례로, 향후 노사 교섭방식 등 IT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공동성명)에 따르면 네이버 본사 노조 가입률이 과반을 넘겼다.
네이버 본사 노조 가입률이 절반을 넘긴 것은 2018년 4월 노조 설립 이후 6년7개월만이다.
그간 가입률이 40% 안팎에서 움직이다 지난 19일 50%를 넘었다.
네이버 그룹사 가운데 본사를 비롯해 엔테크서비스, 네이버웹툰, 네이버제트, 스노우, 스튜디오 리코 등 6곳이 노조 가입률 과반을 넘겼다.
앞서 IT업계는 노조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분야로 평가됐다. 업계 특성상 임직원 이직이 잦고, 성과중심 문화로 인해 노조 가입률이 낮은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네오플, 한글과컴퓨터, 카카오모빌리티 등에서 과반 노조가 형성된 적은 있지만, 노조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지난달 카카오 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얻은 데 이어 네이버 노조도 가입률 과반을 넘기며, 대형 IT기업에 과반 노조가 잇달아 등장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네이버가 최대 실적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사소통, 성과급 분배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면서 내부 반발에 따라 노조 가입률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인건비 통제를 외치며, 비용 효율화를 강화한 것도 직원 반발을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서 “채용규모 등 인건비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최대 실적 기조에도 성과급을 줄여 직원들 불만이 늘고 있다.
▲ 지난 5월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네이버 노조 관계자들과 당의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 노조가 과반 지위를 확보하면서 사측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과반을 넘으면 경영 결정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취업 규칙 변경, 고용 조정, 근로조건 변경 등 주요 경영 사안을 두고 사측과 협상에서 노조 영향력이 더 늘어난다. 회사가 노조 가입률 과반 검증을 마치면, 노조는 노사협의체 내 근로자 위원을 지명할 권한도 갖게 된다.
그간 민주노총은 제조업 중심의 강성 노조로 분류됐는데, IT업계에 대형 노조가 탄생하면서 이들이 민주노총에 어떤 식으로 편입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에는 IT업계를 위한 별도 산별 노조가 없어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 넥슨, 넷마블 등 IT기업 노조들은 대체로 민주노총 산하 화섬노조에 가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노조 힘이 강해짐에 따라 노사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네이버 노조는 근무 조건 개선, 복리후생 확대, 처우 개선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네이버웹툰의 미국 기업공개(IPO) 당시 경영진에만 성과급이 집중된 점에 강하게 반발하며, 성과 배분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 네이버 노조는 13개 계열사와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며, 대부분 협상을 마무리했다.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네이버 계열사는 IPX만 남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과반 노조를 시작으로 IT업계 노조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라며 "두 기업의 사례가 다른 IT 기업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