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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선점 경쟁, 생보사 ‘빅3’ 신사업 확보 각축전

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 2024-11-21 1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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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운영을 시작하며 신사업 수익성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보사 ‘빅3’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모두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한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탁업 시장 선점은 생보사 순이익 경쟁 속에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900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선점 경쟁, 생보사 ‘빅3’ 신사업 확보 각축전
▲ 생명보험사 ‘빅3’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모두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보유하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선점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한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보험성 재산은 신탁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신탁 대상에 포함됐다.

규정에 따르면 사망보험금 규모가 3천만 원을 넘으면 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단 악용을 막기 위해 몇 가지 항목에 해당하면 신탁 계약 체결을 제한한다. 

먼저 신탁 계약 체결 시점에 보험계약대출이 있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대출이 있으면 신탁하는 보험금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악용 및 남용을 막기 위해 보험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가 같아야 하고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도 직계존비속·배우자로 제한한다.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보유한 금융사라면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운영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5곳(삼성·한화·교보·흥국·미래에셋생명)이 해당 자격을 가지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일찍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규제 개선을 기다려왔다.

사망 보장이라는 생명보험 본질을 살리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박성철 미래에셋생명 본부장은 2010년부터 금융당국에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관련 규제 개선을 건의하는 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빅3 생명보험사 가운데선 삼성생명이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열린 12일 상품 출시와 1호 계약 체결을 알렸다. 고객맞춤형 보험지급 설계 컨설팅 역량을 기르기 위해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자산관리(WM)팀도 따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한 12일부터 5일 동안 156건, 755억 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가입금액은 평균 4억8천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은 신탁전문가, 변호사, 세무사 등 40명이 넘은 전문가들이 협업해 보험금청구권 신탁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12일 당일부터 계약 체결을 시작해 20일 기준 신탁 계약 71건을 맺었다.

교보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 체결을 시작한 12일 서울 강남에서 우수고객 170여 명을 초청해 보험금청구권신탁 포함 종합자산관리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 세미나엔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참석해 환영사를 하는 등 회사 차원의 높은 관심도를 드러냈다.

한화생명은 두 보험사보다는 한 발짝 늦은 모습이지만 신탁 담당 조직을 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시장 규모와 수요 면에서 노려볼 만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3천만 원 이상 계약에 한정한다 해도 잠재성이 큰 시장으로 볼 수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상속재산 규모가 늘어난 점도 높은 수요를 증명한다. 국세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2023년 상속재산은 39조 원으로 2018년 20조6천억 원보다 89.3% 증가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급격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속재산 규모와 함께 치매 고령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신탁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상품이 출시되고 약 일주일이 지난 이날 기준 계약 상황을 살펴보면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대중적 수요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집중할 당위성을 높였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 출시 뒤 5일 동안 체결한 156건의 신탁계약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사망보험금 3억 원 미만 고객(62%)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비교적 소액인 3억 원 미만 사망보험금 가입자가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다수 체결했다”며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일부 부유층만 선호하는 상품이 아니라 대중적 수요도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900조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선점 경쟁, 생보사 ‘빅3’ 신사업 확보 각축전
▲ 인구 고령화에 따라 상속재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험연구원>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은 최근 생명보험사가 뛰어드는 시니어 사업의 연장선으로 향후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영향으로 기존 주력 상품이던 종신보험 판매가 줄며 생명보험사들은 돌봄 서비스나 요양사업 등 시니어 사업을 신규 수입원으로 강화하고 있다.

3대 보험사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도 고령층 고객 대상 사업을 넓히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시니어 리빙’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시니어 사업 시장성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4일 상속세 재원 마련 등에 도움이 되는 ‘교보상속든든종신보험’을 선보이며 보험금청구권 신탁 등 시니어 사업과 연계할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생명은 1일 상속에 특화된 세무, 투자, 부동산 등 분야별 전문가를 충원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속연구소’를 출범했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생명보험사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로 고령층 관련 생태계 조성과 플랫폼 역할 수행이 있다”며 “보험과 돌봄서비스뿐 아니라 신탁 등 노후자산관리도 보험사가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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