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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낯부끄러운 한미약품 오너일가 분쟁, ‘임성기 정신’ 그만 외쳐라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4-11-21 11: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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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낯부끄러운 한미약품 오너일가 분쟁,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5555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임성기</a> 정신’ 그만 외쳐라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이자 회장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으로 알려진 이창수 사진 작가의 '히말라야 14좌 중 K2 베이스캠프 가는 길'. <한미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직전 별들이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 차려진 베이스캠프 모습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한미약품은 홈페이지에서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을 놓고 “임성기 회장이 일생 동안 ‘제약강국’,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묵묵히 내딛었던 자신의 삶을 사진에서 발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임성기 창업주가 생전 “R&D는 내 생명과도 같다”고 말하며 강조했던 이른바 ‘임성기 정신’이 퇴색되고 있다.

실적이 안 좋아서가 아니다. 사업환경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오너일가의 갈등이 임성기 정신의 의미를 흐릿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임 창업주의 두 아들인 임종윤·임종훈 형제, 그리고 부인 송영숙 회장으로 대표되는 3인연합은 정면충돌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고소고발을 이어가며 법적 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어머니 때문에 지분을 판다는 아들, 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엄마. 두 모습은 그야말로 볼썽사납다. 지난해 말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촉발한 경영권 분쟁이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한미약품그룹이 제약기업인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 전문기업인지 모를 정도가 됐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면서 ‘임성기 정신’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꼴은 더 낯부끄러운 일이다. 경영권 분쟁때 앞세우라고 만들어진 임성기 정신이 아닐텐데 어느덧 임 창업주가 강조했던 ‘제약강국’ 정신은 경영권 분쟁의 소음으로 전락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한미약품그룹의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오너일가의 다툼이 한미약품의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도 크다.

하지만 오너일가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 어느 한 쪽이 100% 양보하거나, 아니면 지분 싸움에서 확실하게 패배하지 않는 이상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임성기 창업주는 생전에 ‘신약 개발’을 통한 국민 건강 기여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그의 철학이 한미약품을 국내 제약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제약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한미약품은 경영권 갈등 탓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있다. 내부 결속은 물론 대외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오너일가가 좋아하는 ‘임성기 정신’도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이제는 기업을 위한 구호가 아니라 갈등의 핑계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고인이 남긴 가치를 진정으로 계승하려면 오너일가가 회사의 미래를 보고 타협하는 것이 최선일 텐데 어찌된 일인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는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있다. 
 
[기자의눈] 낯부끄러운 한미약품 오너일가 분쟁,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5555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임성기</a> 정신’ 그만 외쳐라
▲ 한미약품그룹 본사 건물인 한미타워 20층에 위치한 '임성기 기념관'에 설치된 임성기 회장의 흉상. <한미약품 홈페이지> 
경영권 분쟁은 결코 회사 내부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이미 훼손되고 있는데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회사의 미래가 더 어두워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오너일가는 임 창업주가 강조했던 “환자를 위한 혁신”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분쟁에 소모되는 시간과 자원이 한미약품의 본질적 가치, 즉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임 창업주가 꿈꿨던 미래는 더 이상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제약산업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혁신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약품의 위상을 감안했을 때 혁신과 책임감의 무게는 더 커진다. 한미약품의 신약에 환자들은 내일과 미래를 걸고 있다. 오너일가가 경영권 다툼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시금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성기 정신은 말로만 외쳐서 지켜지지 않는다. 그의 유산은 오너일가의 화합과 회사의 혁신적인 성과로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직전 별들이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 차려진 베이스캠프 모습을 가장 좋아했다던 임 창업주의 마음을 차분히 헤아려볼 때다. 제발.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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