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이 밸류업에 따라 효율적 자본관리에 나서면서 개인사업자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이 밸류업 계획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려면 위험도가 높은 개인사업자 상품의 대출 증가세를 조일 필요가 있어서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내세운 기업대출 확대 전략을 수정하고 하나은행 개인사업자(SOHO) 대출잔액이 3분기 들어 감소하는 등 개인사업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4일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사업장당 3분기 매출 평균은 4331만 원, 영업이익 평균은 102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2.7%, 1.3%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시름이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에 이어졌다는 점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사업장 367만9천 곳 가운데 19.3%(70만9천 곳)은 폐업 상태로 파악됐다.
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은 금융감독원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금감원이 10월 발표한 ‘8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을 보면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0%로 1년 전보다 0.20%포인트, 7월보다 0.09%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11월(0.72%)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기록됐다.
금감원은 당시 “신규 연체율이 경기에 민감한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한동안 신용손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주요 은행의 대출 속도 조절 낌새도 포착된다.
하나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지난해 말보다 0.9% 줄었다. 2분기 말까지는 늘었으나 3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문제는 주요 은행이 밸류업 계획에 맞춰 더 철저한 건전성 관리를 요구받는 만큼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밸류업 계획 핵심은 주주가치 확대로 여겨진다. 통상 이익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 핵심으로 여겨지지만 금융사의 경우 위험자산을 줄여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최근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대전략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포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11~12월 두 달 동안 기업대출 잔액을 줄이는 임직원에 핵심성과지표(KPI) 가점을 주고 각 영업점에 주던 신규 기업대출 금리 전결권도 본사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급격한 전략 수정을 두고 임직원에게 사과하며 “자본비율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밸류업에 따른 시장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 말까지 은행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다른 주요 은행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밸류업 계획에 따라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면도 고려해 자산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서다.
신한금융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자본효율성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갈 계획이다”며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KB금융도 "과거 10년 평균 6.1%였던 RWA 성장률을 5% 안팎으로 낮춰 관리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개인사업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10월 말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은행연합회 등이 모여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처음으로 열렸다.
참석 기관에 따르면 회의는 매달 열리고 실무협의를 통해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자영업자를 위한 자금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며 국내 금융시장이 직면한 4대 위험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제2금융권 건전성 등과 함께 '자영업자 대출'을 꼽았다. 취임 뒤 첫 현장행보로 자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출발기금 간담회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주요 시중은행은 밸류업 계획에 따라 대출 등 자산 증가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을 겨냥해 줄이지는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다르지만 통상 연초에 높은 성장을 노렸다가 하반기나 4분기에 이를 조절하는 사례도 많다”며 “각기 밸류업 계획에 따라 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으로 개인사업자가 타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서 기본적으로 자산건전성 위험도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 등 대출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며 "다만 밸류업과 관련해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대출조정은 일부 은행에 한정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시중은행이 밸류업 계획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려면 위험도가 높은 개인사업자 상품의 대출 증가세를 조일 필요가 있어서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내세운 기업대출 확대 전략을 수정하고 하나은행 개인사업자(SOHO) 대출잔액이 3분기 들어 감소하는 등 개인사업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 4대 은행이 밸류업 계획에 따라 질적인 자산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4일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사업장당 3분기 매출 평균은 4331만 원, 영업이익 평균은 102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2.7%, 1.3%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시름이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에 이어졌다는 점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사업장 367만9천 곳 가운데 19.3%(70만9천 곳)은 폐업 상태로 파악됐다.
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은 금융감독원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금감원이 10월 발표한 ‘8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을 보면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0%로 1년 전보다 0.20%포인트, 7월보다 0.09%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11월(0.72%)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기록됐다.
금감원은 당시 “신규 연체율이 경기에 민감한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한동안 신용손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주요 은행의 대출 속도 조절 낌새도 포착된다.
하나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지난해 말보다 0.9% 줄었다. 2분기 말까지는 늘었으나 3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문제는 주요 은행이 밸류업 계획에 맞춰 더 철저한 건전성 관리를 요구받는 만큼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밸류업 계획 핵심은 주주가치 확대로 여겨진다. 통상 이익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 핵심으로 여겨지지만 금융사의 경우 위험자산을 줄여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최근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대전략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포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11~12월 두 달 동안 기업대출 잔액을 줄이는 임직원에 핵심성과지표(KPI) 가점을 주고 각 영업점에 주던 신규 기업대출 금리 전결권도 본사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급격한 전략 수정을 두고 임직원에게 사과하며 “자본비율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밸류업에 따른 시장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해 말까지 은행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다른 주요 은행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밸류업 계획에 따라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면도 고려해 자산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서다.
신한금융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자본효율성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갈 계획이다”며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KB금융도 "과거 10년 평균 6.1%였던 RWA 성장률을 5% 안팎으로 낮춰 관리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7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는 '시장 안정'을 강조하며 시장이 맞닥뜨린 4대 위험 가운데 하나로 자영업자 대출을 꼽았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도 개인사업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10월 말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은행연합회 등이 모여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처음으로 열렸다.
참석 기관에 따르면 회의는 매달 열리고 실무협의를 통해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자영업자를 위한 자금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며 국내 금융시장이 직면한 4대 위험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제2금융권 건전성 등과 함께 '자영업자 대출'을 꼽았다. 취임 뒤 첫 현장행보로 자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출발기금 간담회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주요 시중은행은 밸류업 계획에 따라 대출 등 자산 증가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을 겨냥해 줄이지는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다르지만 통상 연초에 높은 성장을 노렸다가 하반기나 4분기에 이를 조절하는 사례도 많다”며 “각기 밸류업 계획에 따라 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으로 개인사업자가 타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서 기본적으로 자산건전성 위험도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 등 대출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며 "다만 밸류업과 관련해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대출조정은 일부 은행에 한정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