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과 포드 전기차 배터리 협력 불안, LG엔솔과 GM '동맹 강화'와 차이 뚜렷

▲ 포드 CEO가 콘퍼런스콜에서 LFP 배터리를 크게 강조한 데다 최근 라이트닝 픽업트럭 생산까지 중단시키며 SK온과 동맹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한 배터리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포드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3원계(NCM) 제품만 공급하는 SK온과 협업에 불안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GM이 배터리 제조 효율화를 바탕으로 전기차 사업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며 협업사 LG에너지솔루션을 추켜세웠던 모습과 대조된다. 

3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포드와 GM이 각각 배터리 협업사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을 대하는 모습에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LFP 배터리 자체 제조에 따른 기대효과를 강조했다. 

포드는 중국 CATL 기술을 활용해 미시간주 마샬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2026년 제품 양산이 목표이며 미국에서 생산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보조금 수혜도 예상된다. 

포드가 전기차 사업의 손실이 장기화하며 수익성 압박이 커지는 데다 미국 시장에서 ‘캐즘(수요 증가세 일시적 둔화)’도 이어지자 원가 절감으로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포드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전기차 사업부 누적 적자액만 37억 달러(약 5조1183억 원)에 달한다. 

짐 팔리 CEO는 “경쟁력 있는 LFP 배터리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라고 반복해 말한 뒤 “전기차 사업에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쓰고 있다”라며 대대적인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포드는 SK온과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3원계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음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LFP 배터리를 앞세우겠다는 발언을 꺼낸 것이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3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30% 정도 저렴한 걸로 알려졌다. 

이는 메리 바라 GM CEO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원가 절감 성과를 중요하게 앞세운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바라 CEO는 “LG에너지솔루션과 오하이오주 및 테네시주 공장에서 수직통합 및 양산 체제를 갖춰내 배터리셀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라고 강조했다. 

생산품 가운데 양품 비율을 뜻하는 배터리 수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도 자평했다. 

이에 따라 포드와 SK온 사이 협력 체계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관계와 비교되며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는 모양새다. 
 
SK온과 포드 전기차 배터리 협력 불안, LG엔솔과 GM '동맹 강화'와 차이 뚜렷

▲ 짐 팔리 포드 CEO가 2022년 4월26일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전기차 제조 공장을 방문해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SK온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픽업트럭 F-150라이트닝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켄터키주 제2 합작공장 가동도 지연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FP 배터리를 강조하는 포드 CEO의 콘퍼런스콜 발언으로 두 기업 사이 관계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포드 마하E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가 포드로 공급하는 배터리의 비중은 크게 차이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SK온 전체 배터리 판매량 가운데 포드로 공급하는 비중은 20%다. 포드 판매 점유율이 4%대인 LG에너지솔루션과 대비된다. 

포드가 강조한 방향에 따라 SK온이 미국 합작 공장을 LFP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기도 불가능하다. 3원계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꾸린 생산 라인을 단시일 내에 LFP 배터리로 바꾸는 작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배터리는 제조라인에서 한 번에 두세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포드와 GM의 전기차 개발 전략에서 차이도 배터리 협업사 실적에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GM은 전기차 투자 속도가 다소 늦었지만 효율성과 비용 절감에 집중한 반면 포드는 전기차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내놓았다가 나타난 수요 둔화로 가격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는 포드 납품 비율이 높은 SK온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포드는 SK온과 건설하는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 공장 그리고 미시간주 공장에서 낮은 비용으로 배터리팩을 만들 방침을 세웠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방침이 SK온에도 비용 절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포드는 11월 중순부터 내년 1월까지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생산을 중단하는 강수까지 두기로 했다. 이 차량에는 SK온이 제조한 배터리가 들어간다. 

결국 포드와 GM이 전기차 사업에서 차이나는 성과를 거두며 사업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에 배터리 합작사로 손잡은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에도 여파가 다르게 미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SK온과 포드도 최근 블루오벌SK 공장에서 채용을 시작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협업 구조가 당장 흔들리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매체 쿠리에저널은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글렌데일 제1공장이 2025년 가동을 앞두고 인력을 뽑고 있다며 “배터리 생산 을 준비하는 시점”이라는 관계자 발언을 함께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