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가 2025년 ‘인공지능(AI) 투자’를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반도체용 HBM 제품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수헤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으로 가시적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AI 거품론과 달리 내년에도 AI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은 높지 않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DDR4 등 구형 레거시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빅테크에 필요한 것은 첨단 메모리 반도체인 만큼, 국내 기업들에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각) 미국 알파벳(구글 지주사)은 2024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이 113억 달러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인 108억 달러를 웃돌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검색과 클라우드 부문에서 AI 투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AI 제품군이 이제 대규모로 운영되고, 수십 억 명에 의해 사용되고 있어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확대 방침도 밝혔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분기 자본지출(CAPEX)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131억 달러였는데,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2025년 자본지출은 더 늘어나며, AI 투자를 위해 다른 부문에서 효율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미국 빅테크들도 내년 AI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소프트의 자본지출은 2024년에 530억 달러, 2025년에 6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0년 176억 달러에 비하면 3.5배 증가하는 것이다. 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돼 있다.
블룸버그 산하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메타, 애플의 6개 테크기업의 합산 자본지출 규모가 2023년 1100억 달러에서 2024년 1652억 달러, 2025년 1998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참고용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와 내년부터 5세대 HBM3E를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삼성전자의 고수익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빅테크의 AI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HBM 생산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DDR4과 같은 레거시 메모리 생산은 줄이고, HBM과 DDR5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 24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는 HBM 수요 대응과 M15X 투자를 반영해 연초 계획보다 증가한 10조 원 중후반이 될 것”이라며 “내년 투자 규모도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AI 열풍에 큰 수혜를 입지 못했던 삼성전자도 최근 엔비디아의 HBM 협력사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알려지는 등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HBM3E 공급해 수익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29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에는 올해 대비 HBM 생산량이 2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25년 추가적으로 생산 물량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HBM은 웨이퍼 소모량이 일반 D램보다 많고, 수율(완성품 비율)도 낮기 때문에 여전히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레거시 메모리 생산량 증가에 따라 서둘러 첨단 메모리 공정으로 기술 전환을 서두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XMT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2025년 DDR4과 같은 구공정의 반도체 생산량을 50% 이상 늘릴 전망이다. 글로벌 D램 출하량이 증가하면 DDR4와 같은 구공정 반도체 가격은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에서 DDR4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HBM 제조에 활용되는 1a(14나노), 1b(12~13나노) 공정에서는 아직 중국과 한국 기업의 기술격차가 5년 정도 벌어져 있는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로 등 기존 메모리 3사의 과점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D램 생산량 확대는 부진한 소비자 수요와 더불어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지만, 추가적 기술 발전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며 “CXMT는 HBM 샘플을 2026년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