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반도체·2차전지 첨단산업에 직접 보조금 2조 달러 늘렸는데, 한국은 거의 없어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10-29 15: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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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년 동안 세계 주요국의 제조업 보조금 정책 수와 규모 추이. <대한상공회의소>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으로 자국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이 2020년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와 바이오,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보조금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스위스의 민간 무역정책 연구기관인 GTA 데이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발표한 제조업 보조금을 분석한 결과, 2015년 584억 달러에서 2023년 5502억 달러, 2024년 9월 기준 5060억 달러로 10배 수준까지 늘었다고 29일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전후 5년을 비교해보면, 코로나19 이전 5년(2015~2019년) 5142억 달러에서 이후 5년(2020년~2024년 9월) 1조9728억 달러로 3.8배 증가했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정부 대출’이 6365억 달러(25.6%)로 가장 많았고,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재정보조금’이 5862억 달러(23.6%)로 두 번째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수출기업에 제공하는 무역보증과 대출인 ‘무역금융’이 2377억 달러(9.6%), 구제금융, 정부 출자 등 ‘자본투입’이 1912억 달러(7.7%), ‘대출 보증’이 1074억 달러(4.3%) 등의 순이었다.
2020년~2024년 9월 기준 재정보조금은 4995억 달러(25.3%)로 코로나 이전 5년에 비해 약 6배 증가했으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요국들은 재정보조금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미국의 재정보조금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5~2019년에는 28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2024년에는 1048억 달러로 무려 37배나 증가했다. 2022년에 발표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영향이 컸다.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전후 5년 동안 168억 달러에서 828억 달러로 재정보조금 규모가 5배 가량 늘었다. 재정보조금 규모가 적었던 일본(4억→665억), 독일(5억→584억), 프랑스(0억→349억) 등도 최근 몇 년 동안 재정보조금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무역금융’, ‘정부대출’, ‘대출보증’ 등 간접 금융지원 방식의 지원이 제조업 보조금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들의 재정보조금은 주로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 집중됐다.
▲ 세계 주요 산업별 재정보조금 추이. <대한상공회의소>
반도체 분야는 재정보조금이 2015~2019년 197억 달러에서 2020~2024년 9월 1332억 달러로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399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으며, 이어 일본(308억), 중국(171억), EU(133억), 인도(106억) 등의 순이었다.
바이오 분야의 ‘재정보조금’은 코로나19 이전 5년 동안 73억 달러에서 코로나19 이후 944억 달러로 13배 가량 급증했다.
2차전지 분야는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모두 523억 달러의 보조금이 책정되었으며, 미국(179억), EU(85억) 등이 주를 이뤘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2020년 이후 397억 달러의 재정보조금이 발표됐다. 중국이 159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74억 달러, EU가 68억 달러를 발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나라도 첨단산업에 대한 대출,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보조금 지원정책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