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셀트리온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서 회장은 이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됐을 때부터 미국에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르면 올해 안에 방향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이 올해 연말 새로운 생산기지 설립을 놓고 미국에 설립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연내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안은 미국 국민의 유전자 데이터와 주요 바이오의약품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안에는 거래가 제한되는 중국 바이오기업이 적시됐다. 현재까지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택, BGI그룹, MGI텍, 컴플리트제노믹스 등 5곳이 포함됐다.
CDMO 기업 가운데 지난해 세계 매출 2위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제재 대상에 오른다면 국내 CDMO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서 회장 역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서 회장은 9월 셀트리온그룹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안에 CDMO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 진출을 위해 2025년 조 단위 투자를 통해 18만 리터 규모의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곳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
현재까지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모두 인천시 송도에 모아놓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면 송도에 추가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유력하다. 인력 재배치 등에서 오는 이점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회장이 그동안 줄곧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
서 회장은 9월 열린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품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한 제조시설 증설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또는 해외 신규 공장 확보와 관련한 결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가운데)이 올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신규 공장과 관련해 발언한 바 있다. <셀트리온> |
미국 상황을 보면 서 회장이 미국에 셀트리온의 새 공장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미국 생물보안법안에는 제재 대상인 중국 바이오기업들 명단만 포함됐다 다른 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한다고 해서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IRA 등을 통해 반도체나 전기차 산업과 관련해 미국 내 제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조가 바이오산업에서도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식지 않고 있다.
해외 CDMO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으로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후지필름은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올해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약 1800억 엔(1조6900억 원가량)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세계 1위 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도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카빌에 있는 로슈 제조시설을 12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에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3년 9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이어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 등에 서명하면서 바이오산업의 공급망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행정명령은 원료의약품 25%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해 바이오산업에서 중국과 인도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와 관련해 긍정적 검토를 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2023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4공장의 절반은 미국, 절반은 한국에 짓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인센티브가 있을지 미국 정부와 같이 협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