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임단협 타결로 '기사회생', 드블레즈 판매 반등은 노사관계 회복에 달려

▲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지난해 10월16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열린 2023년 임금 협약 조인식에서 김동석 노동조합 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난항 끝에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부터 매년 신차를 국내 출시하며 바닥으로 내려앉은 내수 판매 실적의 판매 반등을 노린다.

다만 임금 수준 등을 놓고 노사 간 물밑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르노코리아 판매 실적의 구조적 확대를 이루기 위해 '불안한 노사관계'를 해결하는 일이 드블레즈 사장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4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회사 노조는 지난 11일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을 놓고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과반의 찬성률로 최종 가결했다.

이에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 5월15일 상견례 뒤 약 5개월 만에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늦게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게 됐다.

앞서 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달 3일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6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64.8%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에 노조는 부분파업을 벌이다 지난달 13일 전면 파업으로 전환했고, 사측은 직장폐쇄로 부분 생산체제를 가동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달 23일부터 노조위원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하자 사측은 같은달 27일 직장폐쇄를 철회했고, 노조는 이달 8일부터 파업을 유보하고 협상을 재개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9월은 르노코리아의 4년 만의 신차,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그랑 콜레오스 본격 판매 개시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본격 판매 첫달인 9월 그랑 콜레오스는 국내에서 3900대가 팔려나가며 르노코리아 월간 판매실적의 전년대비 203.5% 성장을 이끌었다. 이 신차는 9월 르노코리아 월간 내수 판매실적의 77.8%, 글로벌 전체 판매실적의 45.2%를 홀로 책임졌다.

2020년 10만 대 가까웠던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량은 신차 없이 판매 경쟁에 나선 지 3년 만인 2023년 2만2천여 대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량은 1만4032대로 전년 동기보다 9.3% 더 후퇴했다.

드블레즈 사장으로선 그랑 콜레오스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기 전에 올해 임단협을 타결함으로써 4년 만의 신차 모멘텀이 바스러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올해 임단협에 관한 조합원들의 찬성률이 50.5%로 반대표(49.1%)와 비등할 만큼 노동자들의 불만이 누적된 데다, 임금피크제 개선 등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올해 최종 타결한 2차 합의안에는 기본급 8만 원 인상, 그랑 콜레오스 성공 출시 격려금 등 일시금 750만 원 지급, 2024년 말까지 잔업·특근수당 한시적 인상, 임금 피크제 개선, 노사화합 비즈 포인트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르노코리아 노동자들 사이에선 동종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대해 쌓인 불만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결정적 원인이 됐던 임금피크제 개선안과 관련해 올해 적용을 1년 유예하고, 내년 추가 협상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해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는 2016년 정년을 만 60세로 5년 연장하는 대신 만 55세부터 해마다 직전년도 임금 10%를 삭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 노동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데 적용 3~4년 차에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에는 1노조(대표노조) 외에도 3개 노조가 있는데, 임금피크제 관련 불만이 고조되면서 파업에 보수적인 새미래노동조합(3노조)까지도 이번 파업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대표 노조에 따르면 5년 뒤엔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된다. 이 제도를 둘러싼 노사 사이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질 공산이 큰 것이다.
 
르노코리아 임단협 타결로 '기사회생', 드블레즈 판매 반등은 노사관계 회복에 달려

▲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6월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소개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드블레즈 사장은 올해 그랑 콜레오스(오로라1)를 시작으로 신차 개발 프로그램인 '오로라 프로젝트' 차량들을 비롯해 매년 국내에 신차를 출시해 판매실적을 크게 확대할 계회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프랑스 르노의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수입해 국내 출시하고, 2026년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내놓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장한다. 또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 모델인 오로라3 프로젝트에도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내년부터 스웨덴 전기차업체 폴스타의 중형 SUV 전기차 폴스타4의 북미 수출·국내 판매 물량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자체 제작 전기차보다 한발 빠른 폴스타발 전기차 일감은 르노코리아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수출실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2020~2021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2015~2018년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수출 계약이 2019년 종료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차질없이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를 다져 안정적 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블레즈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첫해인 2022년 임단협을 2018년 이후 4년 만에 파업 없이 마무리 지은 데 이어, 2023까지 2년 연속으로 임단협 무파업 타결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신차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는 시점에 맞은 노조 리스크에 대응하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드블레즈 사장은 2022년 6월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업무시간의 30%는 노조 관계에 할애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쏟아부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