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재활용·해체센터(RDC)에서 한 직원이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를 분리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K배터리 기업도 미국에 생산 거점을 대거 건설하고 현지 재활용 관련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있어 공급망 변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당국은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중국 배터리 광물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리튬이나 코발트 및 흑연과 같은 배터리 핵심 광물에 채굴부터 제련까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해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배터리 주요 광물을 전략물자화 삼아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배터리 광물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재활용 지원 정책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대비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해 이를 재활용하는 사업이 현지에서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전문매체 웨이스트다이브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가 9월20일 발표한 30억 달러(약 3조9611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망 구축 보조금에 상당 부분이 재활용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책정됐다.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클라리오스서큘러솔루션스와 아메리칸배터리테크놀로지가 각각 1억5천만 달러(약 1980억 원) 그리고 서바솔루션스가 2억 달러(약 2640억 원)를 잠정 확보했다.
미국 정부 지원과 별개로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 라이스 대학 연구진은 전자기파에 일종인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배터리 양극재에서 15분 동안 87%의 리튬을 회수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재료화학 전문 저널 어드밴스드펑셔널머터리얼즈에 기고했다. 기존 기술로는 12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이를 크게 개선했다.
미국에서 2010년대 초중반에 출시된 1세대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다해간다는 점도 재활용이 늘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일반적으로 10년 전후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폐배터리 시장에 나오는 시점과 기술 발전이 맞물려 재활용 대상 광물을 확보하기 용이해지고 있다.
▲ 중국 장쑤성 난징에 위치한 신왕다(Sunwoda) 공장에서 2021년 3월12일 노동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관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미국에 다수 생산 거점을 투자한 K배터리 3사가 현지에서 배터리용 광물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3사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재활용 관련 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머터리얼즈와 협업하고 있다.
SK온도 미국 에너지부 보조금 지급 대상인 클라리오스서큘러솔루션스와 함께 재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를 통해 “파트너사들과 북미 스크랩 재활용 사업 관련해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또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헝가리에 구축한 폐배터리 원재료 회수 거점을 2025년 미국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K배터리 기업이 미국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세제 혜택을 받기에 유리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국과 같은 해외우려단체(FEOC)에서 조달한 배터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확대는 K배터리 기업에게 미국 현지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전기차 기업이 배터리 제조사에 친환경 공급망을 요구하면 재활용 광물을 활용한 배터리가 채굴 광물보다 환경보호 측면에서 낫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에서 배터리 재활용이 확대하는 추세에 수혜를 입으려면 K배터리 3사도 더욱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재활용 기술 발전으로 배터리 생산 현지화 가능성이 높아져 공급망 취약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