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5 프로’의 높은 가격으로 한 차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은 가운데 자체 온라인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에 자사 게임 계정 연동을 또다시 강제해 이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회사는 회원등록 강제를 통해 더 많은 이용자를 소니 PS 생태계로 편입시키려 하는 것이지만, 이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을지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임 하고 싶으면 등록해라”, 소니 PSN 계정 연동 또다시 강제해 이용자 반발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지난 19일 PC버전으로 출시한 액션 어드밴처 게임 '갓오브워 라그나로크'의 이미지. < SIE >


26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IE가 지난 19일 PC버전으로 출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갓오브워 라그나로크’와 관련한 PSN 연동 강제에 이용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갓오브워’는 SIE 산하의 미국 스튜디오 ‘산타모니카’가 신화를 배경으로 제작한 판타지 액션 게임 시리즈로, 스파르타의 장군에서 전쟁의 신으로 거듭나는 ‘크레토스’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갓오브워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의 최신편이다.

이 게임은 2022년 11월9일 PS4와 PS5의 독점작으로 출시됐으나, 2년 가량이 지난 최근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과 ‘에픽게임즈’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1500만 장 이상을 PS용으로 판매하고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던 이 게임의 PC 버전은 출시 초기 이용자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갓오브워 라그나로크는 25일까지 ‘복합적(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40~69%)’ 이용자 반응과 2~3만 명 정도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동일하게 PS4와 PS5의 독점작이었던 전작 갓오브워가 10만 명의 스팀 이용자 의견 가운데 96%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PC로 출시된 2022년 한 해 동안 수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것과 대조된다.

부정적 평가를 남긴 이용자들 의견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SIE의 온라인 서비스 PSN 회원 등록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 하고 싶으면 등록해라”, 소니 PSN 계정 연동 또다시 강제해 이용자 반발

▲ 3인칭 슈팅 게임(TPS) '헬다이버즈2'의 이용자 평가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 연동 계획이 발표된 지난 5월3일을 기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스팀>


이용자들은 “게임성은 훌륭하지만 PSN 연동 때문에 화가 난다”, “최적화까지 상당히 잘 해놓고 쓸데 없는 곳에서 욕먹고 있다”, “계정연동을 강요하려면 스팀에서 파는 이유를 모르겠다” 등 불만을 쏟아냈다.

PSN 연동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이용자도 있지만, PSN의 문제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능을 지원하는 국가가 전 세계 약 70개국에 불과하며, 과거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 등 보안 문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PSN 강제를 우회할 수 있는 ‘PSN 제거 모드’가 모드 전문 사이트 ‘넥서스모드’와 ‘깃허브’에 25일 올라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드 제작자가 “다수 매체에 보도되며 생각보다 지나친 관심을 받아 소니의 위협이 우려되기 때문에 모드를 삭제한다”며 하루 만에 모드를 내렸다.

SIE는 스웨덴 개발사 ‘에로우헤드 스튜디오’가 제작한 3인칭 슈팅 게임(TPS) ‘헬다이버즈2’가 큰 인기를 끌던 지난 5월에도 갑작스럽게 게임 이용을 위한 PSN 연동을 요구해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약 6만4천 개 정도였던 부정적 평가는 관련 내용이 발표된 5월3일을 기점으로 42만 개까지 늘어났고, 이에 소니는 연동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부정적 평가는 그 이후로도 20만 개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월16일 오픈월드 액션 게임 ‘고스트오브쓰시마’의 PC버전 출시 때에는 타인과 함께 플레이하는 멀티플레이 모드인 ‘고스트오브쓰시마:전설’에서만 PSN 연동을 요구해 반발이 크지 않았다.

SIE는 멀티플레이 요소의 유무와 상관없이 PSN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연동을 강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4일 출시하는 공포 게임 ‘언틸 던’의 PC버전도 PSN 연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13일 SIE의 스튜디오 비즈니스 그룹 대표로 선임된 ‘헤르만 허스트’가 5월30일 비즈니스 브리핑에서 언급한 회사의 사업전략에서도 PSN 연동과 관련된 의도가 드러났다.

그는 “새로운 잠재 고객에게 훌륭한 프랜차이즈를 소개하기 위해 AAA급(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투입된) 싱글플레이 게임을 활용할 것”이라며 “PS 플랫폼에서 속편을 플레이하는 데 관심이 있을 새로운 잠재 고객을 찾아 PS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SIE는 오는 11월 7일 출시하는 PS5 프로가 112만 원에 육박하고, 향후 출시하는 PS6 가격은 15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충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과도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SN 연동을 싱글플레이 게임에까지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PC 버전 출시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제이슨 에반젤로는 “PSN 계정을 만들 수 없는 전 세계 국가의 약 60%에서 분명히 문제가 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게임 전문지 ‘IGN’의 웨슬리 인풀도 “SIE는 헬다이버즈2에 PSN을 적용할 당시에도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며 “싱글플레이 게임에까지 PSN을 연동하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SIE는 팬들과 의견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