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텔 '파운드리 분사' 추진 쉽지 않아, TSMC와 경쟁에 큰 약점

▲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설계사업과 파운드리를 별도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파운드리로 충분한 고객사 기반을 갖춰 독자생존 체제를 구축하기 전에는 재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도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데 대만 TSMC와 파운드리 수주 경쟁에서 계속 취약점으로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포브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은 기술 경쟁력 저하와 재무구조 악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사업 재편을 고려하고 있다.

인력을 대거 해고하고 비주력 사업을 축소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위한 작업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도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이 별도 회사로 분리되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변화가 당장 추진될 가능성은 낮지만 인텔이 현재 직면한 재무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다급해지고 있어 과감한 선택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포브스도 “인텔이 회복세에 오르기 위해서는 극단적 수준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 분리 가능성이 가장 눈에 띄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이 파운드리를 반도체 설계 사업과 분리하는 것은 외부 고객사 수주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텔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던 기업들이 기술 유출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AMD와 퀄컴이 인텔 파운드리를 이용할 유력한 후보라고 바라보며 이들은 TSMC를 대체할 파운드리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전했다. TSMC의 파운드리 단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인텔은 내년부터 양산하는 18A(1.8나노급) 공정으로 외부 고객사 반도체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고객사 제품도 수주했다.

포브스는 “인텔이 파운드리를 완전히 독립된 회사로 분리한다면 퀄컴을 비롯한 기업들이 칩 제조를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초기 단계라 독자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실적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약점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 인텔 '파운드리 분사' 추진 쉽지 않아, TSMC와 경쟁에 큰 약점

▲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포브스는 충분한 외부 고객사 기반이 없는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가치는 현재 마이너스(-)에 불과하다며 늦으면 2028년까지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첨단 생산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 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파운드리 사업 초기 단계에서 회사를 분리하는 일은 사실상 힘들다.

외부 투자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처럼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결국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분사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파운드리 분사가 현실화되면 인텔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 분야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에서 인텔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분사가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야심작으로 꼽았던 3나노 미세공정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TSMC에 밀려 대규모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지며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콘퍼런스콜에서 이르면 2025년에 파운드리 사업부가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여전히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히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해 분사를 추진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모두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에서 압도적 1위 기업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TSMC는 설립 초기부터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가치를 내걸고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만 집중하며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과 굳건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TSMC가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부가 제품 수주를 사실상 독식하고 삼성전자와 인텔은 부진한 실적을 보며 파운드리 분사를 추진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포브스는 인텔 파운드리와 관련해 “지금은 큰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기보다 근본적 기술 경쟁력을 개선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런 조언이 삼성전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