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내년 1월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팽팽한 가운데 '보완입법 후 시행'이라는 절충안이 떠오르고 있다.

조세정의를 주장하는 금투세 강행론과 주식시장 투자자의 거센 비판여론 및 당내 유예론을 모두 고려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갑론을박' 금투세 놓고 마지막 고심, '보완입법 후 시행' 대안 떠올라

▲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금투세 관련 비공개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민주당은 13일 국회 8간담회실에서 당내 조세와 금융, 정책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금융투자소득세와 금융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추석을 앞두고 예정에 없던 세미나가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다. 

이는 최근 당내에서 일고 있는 금투세 유예론과 관련해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으로 파악된다.

국회 내 대표적 조세전문가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를 통해 사각지대에 숨어있는 기득권을 과세로 이끌어내는 것은 조세당국의 숙원"이라며 "선거가 없는 지금이 금투세를 도입하기 위한 적기"라고 바라봤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금투세 부과 조건 완화를 포함한 보완 입법을 거친 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성환 의원은 "당내에서 금투세 도입 자체에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격으로 도입 뒤에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조국혁신당에서도 최근 금투세 관련 공식입장을 통해 '보완입법 후 시행'이라는 방향을 내놨다.

이번 세미나에는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도 참석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호재도 악재도 아닌 불확실성"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을 연말까지 방치해선 안되며 되도록 9월 중에는 국회 내에서 집중논의를 통해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보완 조치를 하고 예정대로 시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해 2022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2022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합의를 통해 2025년 1월 시행으로 유예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를 증시하락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고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많다.

현행 금투세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부문은 △이중과세 △투자위축 혹은 증시하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 우려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민주당에선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윈한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과세구간을 5천만원에서 1억 원으로 늘려 개미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혁신당도 20조 원 가량의 증시 안정기금을 통해 금투세 도입 이후 예상되는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민주당에서 보완입법 후 시행이라는 절충안을 검토하는 것은 금투세를 둘러싼 주장을 모두 고려한 행보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금투세 시행에서 후퇴할 경우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핵심 지지층의 비판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또 그동안 주장해온 기본소득을 포함한 서민지원정책 등을 추진할 정치적 동력을 상실할 우려도 다분하다. 더구나 금투세 도입에 따른 증권거래세의 축소·폐지 계획까지 고려하면 정부 세입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직접세인 금투세를 유예하는 대신에 간접세인 증권거래세는 완화하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민주당 '갑론을박' 금투세 놓고 마지막 고심, '보완입법 후 시행' 대안 떠올라

▲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회담에서 금투세 시행을 위한 보완책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에서는 임광현 의원, 조국혁신당에서는 차규근 의원이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성환 의원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국민의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돌릴수 있도록 투명한 시장을 만들자는 논의에서 시작한 것이 금투세였다"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했고 여야합의에 의해 통과된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어깃장을 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증시 침체의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함께 투기세력의 영향력에 따른 불투명성을 꼽았다. 금투세는 이와 같은 국내 증시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증시를 둘러싸고 소위 내부정보를 가지고 작전주, 테마주를 통해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이 많은 것이 국내증시 침체의 원인"이라며 "기업경쟁력이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강한데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바라봤다.

금투세 도입의 이점으로 △주가조작세력 추적 가능 △국내 증시 신뢰도 상승에 따른 해외투자 증가 등을 꼽았다.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 의원은 "선진국들은 이미 일찌감치 금투세로 전환을 마쳤다"며 "금투세가 싫어서 해외로 나가신 분들은 그 나라에서 금투세를 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투세 시행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절충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내 투자자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일단 유예, 혹은 상법개정 이후 시행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1400만 투자자의 투자손실 우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된 뒤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10일 유튜브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아직 한국 주식시장이 엉망이기 때문에 금투세 도입은 적절치 않다"며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은 하고 통행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리 주식시장이 담세 체력을 가졌는지 세금을 매겨도 국민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먼저 우리 주식시장을 선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원들은 금투세 도입에 앞서 민주당이 기존에 추진해온 개미투자자보호법(상장사 지배구조 특례법 제정안, 상법개정안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갑론을박' 금투세 놓고 마지막 고심, '보완입법 후 시행' 대안 떠올라

▲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난 21대 국회에서의 합의를 갑자기 깬 것을 두고 주가조작 가담 의혹을 받는 대통령 배우자를 비호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맞서 금투세 강행론자들은 상법개정과 금투세가 선후관계에 있지 않다고 맞서며 국민의 불안감을 이용해 공포를 조장하는 소수에게 속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없던 세금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 추세에 맞춰 간접세(증권거래세) 중심에서 직접세(금투세)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이 법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기존에 테마주와 작전주로 이득을 보면서 세금은 내지 않았던 소수의 사람들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여론을 고려해 금투세 보완 입법과 개미투자자보호법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전체 의원들이 모여 토론회를 열어 금투세 시행과 관련한 당론을 확정한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