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장시성 이춘시에 위치한 리튬 광산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 K배터리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중국산 리튬 비중을 낮춰야 한다. 리튬 공급 과잉 현상이 누그러들면 조달처를 다각화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증권사 UBS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CATL이 장시성 이춘시에 직접 소유한 리튬 광산에서 생산을 일부 중단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산 리튬 공급과잉 장기화에 따른 가격 경쟁이 치열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 생산 중단의 배경으로 꼽혔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8월 전기차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은 톤당 8만 위안을 밑돌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1위 CATL도 리튬 과잉 공급에 대응하기 어려워 생산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이 올해 1월~7월 누적해 판매한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은 163.3기가와트시로 세계 1위(사용량 점유율 37.6%)다. CATL을 포함한 중국 배터리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게다가 씨티은행은 CATL이 이춘시에 위치한 3곳의 리튬 공장 모두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필바라미네랄과 라이언타운과 같은 호주 리튬 생산업체 주가가 크게 뛰었다.
중국의 생산 축소 추세가 글로벌 리튬 공급망 다변화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 아르헨티나 린콘 소금호수에 위치한 리튬 광산에서 한 노동자가 장비를 들고 설비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IRA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중국산 리튬 비중이 높은 배터리와 전기차도 인센티브 대상에서 제외되며 불이익을 받게 돼 이에 대비해야 한다.
미 재무부가 2023년 12월1일 발표한 세부사항에 따르면 IRA는 리튬을 비롯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핵심 광물 비율 요건을 2023년 40%에서 2027년 8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구조다.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산 광물을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또한 2025년부터는 중국과 같이 미국이 해외우려단체(FEOC)로 지정한 곳에서 캐내거나 가공한 광물이 포함되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국이 세계 리튬 공급망 점유율이 상당해 이를 제외하면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애초 예상됐으나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 다른 국가 기업들도 생산을 확대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이전부터 리튬 공급망을 다각화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작업을 준비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7월2일 라이언타운과 올해부터 15년 동안 모두 175만 톤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호주는 미국과 FTA 체결국이라 라이언타운이 공급한 리튬으로 배터리를 제조하면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온도 6월26일 미국 엑손모빌과 최대 10만 톤 리튬을 공급받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SDI가 올해 6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맺은 15만4천 톤 규모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 계약도 IRA를 염두에 둔 행보다.
결국 다른 글로벌 리튬 업체들이 CATL 생산 중단을 계기로 공급을 늘린다면 K배터리 3사가 이를 추가로 확보해 IRA 수혜를 이어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 패스트마켓은 8월16일자 보고서에서 중국 리튬 트레이더 발언을 인용해 “많은 리튬 생산업체가 감산이나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IRA 축소나 폐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K배터리의 미국 사업에서 변수로 꼽힌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