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시가 경기둔화 우려에 실적 고점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인투자자가 연일 국내 증시를 내다 팔며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꺾이고 상장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 증시가 매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에만 4조 던진 외국인에 또 '천수답 증시', 경기둔화 실적고점 우려 고조

▲ 11일 외국인투자자가 코스피를 1조495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이끌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장 마감 기준 1조49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0.40% 하락한 2513.3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투자자는 9월 들어 이날까지 모두 코스피 종목 4조155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9월2일 첫 거래일에 코스피를 2388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뒤 7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외국인투자자는 8월 코스피를 2조868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9월 들어 열흘 만에 전월 수치를 가뿐하게 넘긴 것이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생한 8월보다 순매도 규모가 커졌다. 

특히 국내 상장 기업 이익과 수출증가세를 이끌었던 반도체업종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9월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3조4659억 원어치를, SK하이닉스 주식은 626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만4900원과 15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8일 장중 각각 8만8800원과 24만8500원까지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두 달 사이 각각 26.9%, 36.7% 하락한 셈이다.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팔고 나선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에 실적 영향이 큰 국내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의 수출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의 경기 둔화가 심상찮은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수출 국가별 비중을 보면 중국이 19.7%, 미국은 18.3%, 유럽은 10.8%를 차지했다. 

중국경기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 5.1%를 밑도는 4.7%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고용 악화를 부르고 소비가 둔화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포함한 광범위한 경기 부양책이나 구조개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가 점점 더 부진의 늪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미국은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월 기준 49.2로 기준선 50선을 밑돈 뒤 5개월 연속 하락해 8월 47.2까지 떨어졌다. 미국 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는 한국 수출과 큰 상관관계를 지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이후 한국 수출 증가율과 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의 상관관계는 0.7이다”며 “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가 하락하고 있어 한국 수출이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고용시장도 냉각되면서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미국 실업률이 4.2%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게 나오면서 우려가 소폭 해소됐지만 경기침체에 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9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가 아닌 0.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유동성이 풀려 주식시장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 경기가 나빠 금리인하 폭을 늘려야 한다는 나쁜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국의 경기가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둔화세를 보이면서 수출금액이 줄어 기업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상승 속도가 둔화하고 있고 9월 코스피 12개월 선행 순이익 월간 변화율이 음(-)으로 전환됐다”며 “전방업종의 수요 감소와 수출 증가율 하락으로 국내 기업 실적에 관한 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 증시는 실적 고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국인투자자에게 매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팔랐던 성장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9월에만 4조 던진 외국인에 또 '천수답 증시', 경기둔화 실적고점 우려 고조

▲ 외국인투자자가 9월 들어 11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3조4659억 원어치, 626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예로 들면 성장률 둔화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다면 그것 자체로 시장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성장주는 시장 예상을 뛰어 넘어야 주가가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SK하이닉스를 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2023년 1분기 250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2조1500억 원으로 폭증했다. 1년 동안 10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향후 성장세는 둔화해 HBM 관련 매출은 올해 4조 원 수준을 보인 뒤 2025년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실적 성장 초입인 2023년 초 9만 원 수준에서 3배 가까이 올랐다. 다만 이후 성장의 기울기가 낮아지고 2025년 1분기 반도체 계절적 수요둔화가 겹친다는 분석에 피크아웃(고점 뒤 하락) 논란이 불거지며 주가가 떨어진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가 전기전자 대형주 위주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보다는 경기 우려가 크게 반영될 수 있어 시장에 긍정적 기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