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정부 전고체 배터리 지원에 '올인', 뒷받침 약한 K배터리 '난감'

▲ 2021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토요타 전기차 전략 브리핑 현장에서 전기차 라인인 bZ(beyond Zero) 차량들이 소개되고 있다. 토요타는 2026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 이어 일본 정부도 한화 기준으로 수 조 원 단위의 지원금을 퍼부으며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배터리에 ‘올인’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정부의 지원 규모에서 차이가 워낙 커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닛케이아시아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토요타와 상하이자동차(SAIC) 등 일본과 중국 주요 기업들이 전고체배터리 생산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 지원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과 중국 모두 전고체배터리에 정부 지원을 대폭 강화하며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선점에 국가 단위의 경쟁구도가 본격화하는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목적으로 상하이자동차와 CATL을 비롯한 자국 기업 6곳에 모두 60억 위안(약 1조1319억 원)을 지원한다. 

중국 당국은 올해 1월 CATL과 BYD 등 기업은 물론 정부와 학계까지 모아 전고체배터리 개발 콘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전 세계 전고체배터리 관련 특허 가운데 40%가 중국에서 나온다”라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토요타를 비롯한 4개 사에 전기차 전고체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해 3500억 엔(약 3조3103억 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 

중국과 일본 모두 천문학적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자국 주요 기업들의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밀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과 일본 기업도 이에 화답해 전고체배터리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일본 정부 전고체 배터리 지원에 '올인', 뒷받침 약한 K배터리 '난감'

▲ 2021년 6월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방문객들이 현장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부스가 양옆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SAIC)는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자회사 MG모터 전기차를 당초 계획보다 1년여 빠른 2025년에 내놓을 출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토요타도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2026년부터 전고체배터리 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경제산업성 승인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애초 토요타는 이르면 2028년에야 전고체배터리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를 2년 앞당긴 셈이다. 

전고체배터리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4대 구성요소 가운데 전해질을 고체 상태로 만든 제품이다.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비교해 주행거리는 물론 화재 안전성까지 우위를 보여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는다. 

삼성SDI를 포함한 한국 배터리 3사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 목표를 두고 있으며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기업들에 전고체배터리 샘플을 보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30년을 목표로 전고체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한국 정부에서도 ‘2030 2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에 따라 국내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2030년 실증 목표도 세웠으며 내년 연구개발(R&D) 예산도 증액했다. 

그러나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전체에 지원되는 금액은 단 1172억 원에 그친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친환경 모빌리티용 고성능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에 배정된 예산인데 중국이나 일본 정부 지원 규모와 비교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를 통해 “배터리 신규 생산 라인 하나를 까는 데에만 조 단위 금액이 들어간다”라며 정부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지원책을 확대하지 않으면 K배터리 3사의 전고체배터리 시장 선점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완성차 기업에서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중시할 수록 전고체배터리 수요가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일본 기업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한국 정부 또한 최근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전고체 배터리 육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