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단통법 폐지' 시동, 이통사·제조사·알뜰폰 '단말기 자급제' 셈법 엇갈려

▲ 제22대 국회가 '단통법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 폐지 후속 조치와 관련해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여당과 야당 모두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통법 폐지 후속 조치 가운데 하나인 ‘단말기 자급제’와 관련해 여당과 야당, 이동통신 3사, 단말기 제조사, 알뜰폰 업계가 각각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국회와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제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가 단통법 폐지 법안에 관련한 논의를 조만간 본격 시작한다.

과방위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가 21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됐던 단통법 폐지 법안을 올해 6월 재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곧 단통법 폐지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돼, 국회 과방위는 이를 병합 심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여야는 단통법 폐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단말기에 지급하는 지원금이 거의 비슷해지면서 가격경쟁이 사라졌고, 결국 이는 소비자들의 통신비(단말기 비용 포함)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단통법 이후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각 관계자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여당은 단통법을 폐지해 단말기 보조금 상한 규제를 없애는 동시, 선택약정요금 할인(25%)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단통법 폐지 뒤 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다. 이동통신사는 매장에서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되고,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판매해야 한다.

알뜰폰 업계는 야당의 단말기 자급제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 3사는 지금처럼 단말기 보조금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외국산 중저가 단말기가 다시 유통될 수 있는 점도 알뜰폰 업계가 단말기 자급제로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지난 8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단말기와 서비스를 결합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통신사는 비싼 요금을 쓰는 사람에게 더 혜택을 주는 게 당연한 만큼, 유통점은 제조사가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단통법 폐지' 시동, 이통사·제조사·알뜰폰 '단말기 자급제' 셈법 엇갈려

▲ 2024년 8월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및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SK텔레콤과 KT와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완전자급제에 부정적이다.

기존처럼 단말기 지원금 등을 통해 이동통신 유통 채널을 장악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SK네트웍스가 단말기 유통을 맡고 있는 SK텔레콤과 달리, 매년 단말기 판매로 수조 원을 벌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더욱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완전 자급제에 반대하고 있다. 제조사는 기존 이통사 유통망이 사라지면 자체 판매 유통망을 구축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윤남호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달 22일 정책토론회에서 “단말기를 한 대 팔아 한 번의 매출을 얻는 제조사는 단말기 지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완전 자급제 시행으로 유통망이 축소되면 단말기값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사와 제조사 반대를 고려해 일각에서는 절충형 완전 자급제 도입도 거론된다.

원칙적으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는 대신, 여러 통신사 상품을 취급하는 일정 판매점에서는 예외적으로 결합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완전 자급제나 절충형 자급제 모두 별도 입법이 필요한 만큼, 실제 법안이 통과해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들 의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2017~2018년 20대 국회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있지만, 결국 법안 통과에는 실패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야 모두 단통법 폐지에 공감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운영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절충형 또는 완전자급제 도입은 별도 입법이 필요한 문제인데, 국회 과방위는 현재 방송법 관련 이슈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