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AI 개발 교통정리, 테슬라 ‘자율주행’ xAI ‘휴머노이드’로 이원화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8일 미국 뉴욕 USTA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부 결승전 현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는 자율주행, x.AI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용 인공지능(AI)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인공지능 개발 방향의 ‘교통정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원화 전략은 각자 영역에 최적화한 기술을 개발해 효율성을 늘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휴머노이드 관련 수혜를 예상했던 테슬라 주주들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을 소식일 수 있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일론 머스크의 공식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 발언을 인용해 “x.AI는 옵티머스용 소프트웨어 기능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x.AI는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자 2023년 3월 설립한 기업이다. 애초 x.A가 테슬라에도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할 인공지능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이번 발언으로 x.AI는 일단 휴머노이드용 인공지능에 무게를 둔다는 방향성이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x.AI가 테슬라에 주행보조 프로그램 FSD(Full-Self Driving)을 지원하고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x.AI 모델은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로 구동하기에는 너무 거대하다”라며 이런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직접 언급했다. 

그동안 테슬라와 x.AI가 자율주행 기술에 중복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 나왔는데 명확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일론 머스크 AI 개발 교통정리, 테슬라 ‘자율주행’ xAI ‘휴머노이드’로 이원화

▲ 테슬라 관계자가 FSD 기능을 사용해 회전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두 손을 뗀 장면이 보인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x.AI에 각각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용 인공지능 개발에서 전문적 영역을 구축해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이 테슬라에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에 기반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성공적으로 고도화하면 다른 완성차 기업에 라이선스를 주는 것을 비롯해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 시장까지 선점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5년까지 최대 4천억 달러(약 535조8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또한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제조기업들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성장세를 이어갈 기회가 충분한 시장으로 여겨진다. 

머스크가 자신이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기업들 사이에 인공지능 개발 영역을 확실히 구분해 각자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키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런 머스크의 전략은 테슬라 주주들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와 생성형 AI 등 핵심 성장동력 중심축이 테슬라가 아닌 xAI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연초 자신이 테슬라 지분 25% 이상을 확보하지 않으면 ‘테슬라 외부’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하는 것이 낫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쥔 테슬라 지분은 13%를 밑돈다. 최근 테슬라 주주들에서 승인받은 2018년 임금 보상안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인 560억 달러까지 고려해 합쳐도 20.5% 정도에 머문다. 

반면 머스크가 최근 설립한 x.AI는 상대적으로 테슬라보다 머스크의 지배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머스크는 x.AI 설립 당시 개인적으로 7억5천만 달러(약 1조50억 원)를 투자했다. 머스크가 최대주주로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 X 또한 x.AI에 2억5천만 달러(약 3350억 원) 상당의 컴퓨터 자원을 지원한다. 

x.AI는 비상장사라 정확한 지분 관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머스크의 직간접적 지배력이 상당한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용으로 주문했던 인공지능 반도체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x.AI로 먼저 배송시켰던 점도 ‘테슬라 외부’가 x.AI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머스크의 의지를 고려하면 결국 자신의 영향력이 큰 xAI가 테슬라를 제치고 ‘머스크 제국’ 중심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 내부 계약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x.AI 관계자들은 이 회사를 테슬라 미래에 중요한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라고 설명하고 다닌다 한다”고 보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