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파운드리에 '하이NA EUV' 서두른다, 인텔 위기에 기술 선점 유리해져

▲ 대만 TSMC가 ASML의 새 극자외선 장비 도입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4년 5월 ASML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한 TSMC 경영진.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차세대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네덜란드 ASML의 신형 ‘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을 서두르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신기술 활용에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이던 인텔이 재무 악화로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며 TSMC가 공정기술에서 우위를 다지기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만 공상시보는 4일 “TSMC의 하이NA EUV 기술 도입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며 “이르면 2027년 상용화되는 A14(1.4나노급) 공정부터 적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SML이 올해 초부터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 하이NA EUV 장비는 기존 EUV 장비와 비교해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구현하는 데 더욱 적합한 기술이다.

그러나 장비 가격이 1대당 3억8천만 달러(약 5100억 원) 안팎으로 일반 EUV와 비교해 두 배 수준이고 도입 초반에는 생산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약점이 있다.

TSMC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하이NA EUV 장비 도입에 인텔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다소 보수적 태도를 보여 왔다. 2030년 이전에는 활용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공상일보는 “TSMC는 항상 고객사 수요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신기술을 도입해 왔다”며 하이NA 도입 시기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이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하이NA EUV와 같은 새 기술 도입은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이 최근 심각한 재무 위기로 파운드리 시설 투자를 대폭 축소할 계획을 내놓으며 TSMC가 이러한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초 인텔은 ASML의 하이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미국 오리건주 연구센터에 장비가 반입되는 영상을 공개했을 정도다.

인텔은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신기술 도입 시기를 앞당긴 점도 이러한 목적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인텔이 최근 발표한 계획과 같이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면 가격 부담이 큰 하이NA 장비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은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
 
TSMC 파운드리에 '하이NA EUV' 서두른다, 인텔 위기에 기술 선점 유리해져

▲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내부 사진.

삼성전자 역시 중장기 관점에서 ASML의 하이NA EUV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사 확보 및 기술 발전에 다소 고전하고 있어 전망이 다소 불투명해 하이NA EUV 장비 기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TSMC가 신기술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다면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TSMC는 과거 EUV 장비를 파운드리 사업에 처음 활용할 때 다소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결국 삼성전자가 7나노 공정에 EUV 기술을 먼저 도입하며 앞서나갔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결정을 바탕으로 TSMC의 파운드리 고객사를 일부 빼앗아오는 등 성과를 냈고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도약했다.

TSMC가 하이NA EUV 도입을 서둘러 이러한 과거를 재현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신형 반도체 장비의 판매 성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 규제로 중국 매출이 크게 줄어들며 새 성장동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고가의 하이NA EUV 장비 수요가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에서 대거 발생한다면 타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부터 본격적 판매가 이뤄질 지 예상하기 어렵다.

결국 ASML은 TSMC가 새 장비를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하는 시기를 앞당기도록 적극 영업에 나서며 장비 단가와 공급 물량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공상시보는 TSMC가 2027년 1.4나노에 이어 2029년 양산할 1나노, 2031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0.7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에도 모두 하이NA EUV를 도입할 수 있다는 예측을 전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류더인 전 회장을 비롯한 TSMC 주요 경영진은 상반기에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장비 공급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삼성전자와 인텔에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며 ASML 경영진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