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9-01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김문수 고용노동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야권과 노동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노동계와 정부 관계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데 '반노조'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장관 임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말을 들어보면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반노조' '친일' 등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극우적 발언을 근거로 삼아 국무위원으로서 자격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다.
야권은 '반헌법적 사고를 가진 국무위원'이라는 명분으로 김 장관을 탄핵소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도 없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임명안을 지난 8월29일 재가한 뒤 이튿날 곧바로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청문회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27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앞서 민주당은 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거부되더라도 재송부 요청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김 장관 임명에서는 이 과정조차 생략됐다.
이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9일 김 장관 임명안 재가 직후 서면브리핑을 내 "김문수 후보자는 고용노동부장관 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끝까지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진보당에서도 “우리 국민 대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인사”라며 "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조롱한 자에게 어떻게 노동 장관 직책을 맡길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일본 국적 발언' 등 청문회에서 나온 김 후보의 발언들을 문제삼으며 김 후보가 '반헌법적' 국무위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 김문수 노동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본인의 청문회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TV 갈무리>
김 장관은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국적이 일본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나라가 다 뺏겨서 일본으로 강제로 편입됐다. 일본인데 그걸 모르느냐”고 소리를 질러 야당측의 반발을 샀다. 이 발언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우려를 표했을 정도다.
민주당에선 공식 논평을 통해 "헌법에 정면도전하며 국가의 기틀을 흔드는 자를 중용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냐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통과 폭주의 끝에는 민심의 가혹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이미 여러 차례 거듭하여 김문수 임명 강행은 탄핵만 앞당길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며 "이후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김 장관 탄핵소추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를 향한 국민의 여론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9일 오전에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64.0%로 나타났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26일과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노동계에선 김 장관을 향한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민주노총 아래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문수는 갈등을 조장하고 분규를 부추길 것"이라며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노동자가 행사하면 공권력을 투입해 유혈사태를 부를 것이며 걸핏하면 손배가압류를 때리고, 노동자의 가정을 파탄 내려 안달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노총 아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도 성명에서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반노동적 노동관을 바탕으로 정권의 노조 혐오, 노동탄압의 선봉에 설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8월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을 시사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2022년 11월에는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이를 진압했으며 2023년 2월엔 파업 중인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해 그해 5월 한 건설노조간부가 분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를 향한 막말 논란에 휩싸인 김 후보가 고용노동부장관이 된다면 노정관계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김 장관은 과거 경기지사 시절부터 노조를 향한 막말 논란에 여러차례 휩싸였다.
진보당과 노동자당이 8월14일~26일 온라인설문으로 전국 1만374명 노동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노동자들은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불법 파업엔 손배가 특효약',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 등의 발언을 김 후보가 한 최악의 발언으로 꼽았다.
노조가 반대하는 노동정책을 노조가 싫어하는 인물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김문수 장관의 임명식이 열린 8월30일 성명을 내 “한때의 노동운동가 경력을 팔아먹고 반노동 극우인사로 변신한 그가 노동부 장관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노동적, 반영사적인 인식을 가진 자를 노동부 장관으로 인정할 노동자도 국민도 없다. 윤석열 정권은 김문수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