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의 심해 유전·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놓고 정치권에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부여받은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로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짙어지는 전운, 김동섭에 다가오는 국회 설득의 시간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위해 국회를 설득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30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둘러싼 적정성 논란을 두고 여야가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에너지 관련 기업 사장이 산자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6월에 발표된 직후 석유·가스의 매장 확률을 분석한 미국 심해자원 평가기업 액트지오(Act-Geo)의 신뢰도, 자격 등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가운데 야당은 검증 태세를 확고히 하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으로 506억 원을 배정했다.

1차 시추에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예산 1천억 원 가운데 절반을 정부 출자로, 나머지는 석유공사의 자체 예산으로 부담한다는 계획을 이행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서 5개의 시추공을 뚫기로 했는데 1차 시추만 예산을 투입하고 2차 시추부터는 해외 기업의 투자유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장철민 의원이 29일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관리하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및 기타 광물 등 핵심자원 개발과 관련해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이 500억 원 이상 투자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 소관 상임위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2차 시추부터 해외투자로 대왕고래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대응으로 읽힌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2차 시추 이후 사업은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장 의원은 개정안을 놓고 “공공 소유의 핵심자원은 전 국민과 미래 세대의 것”이라며 “대통령의 단기 성과를 위해 해외자본을 무분별하게 유치하면 석유가 나와도 안 나와도 문제”라고 말했다.

1차 시추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놓고도 국감 이후 연말 예산안 심의에서 야당이 적정성 여부를 두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김 사장은 주요 참고인으로 국회 출입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미 6월에 정해진 임기가 끝났다. 하지만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과 맞물려 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 사장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세계 주요 석유기업 가운데 하나인 ‘쉘’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 등으로 1990년에서 2009년까지 20년 가까이 일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일 뿐 아니라 2차 시추 사업부터 핵심 과제가 될 해외투자 유치와 관련한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도 프로젝트 수행기관장인 김 사장에게 야당 의원의 질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김 사장의 발언이 국회에서의 대왕고래 관련 논의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올해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놓고 “에너지안보, 해양주권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며 “성공을 위해 진심으로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김 사장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학술적 근거를 확보하고 업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특별세션으로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 심포지엄을 열었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석유공사 의뢰로 세계 심해 유전의 지질 특성과 동해 울릉분지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석유 개발에 유리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