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2020년 10만 대에 육박했던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량은 신차 부재 속 지난해 2만2천여 대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세를 이어갔다.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르노그룹에게도 글로벌 D세그먼트(중형)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선 중요한 모델이다.
그랑 콜레오스가 처음 데뷔하는 국내에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르노코리아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직접 타봤다.
◆ 프랑스 감성 담은 새롭고 세련된 디자인, 넓은 실내에 동승석 디스플레이도
지난 28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그랑 콜레오스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 차량으로는 그랑 콜레오스 중간 트림인 4152만 원(친환경 세제혜택 적용 기준)짜리 '아이코닉'에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시스템, 소음 저감 기술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 차음 윈드 실드 글라스, 20인치 투톤 하이랜드알로이휠&저소음 폼 타이어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차량이 제공됐다. 옵션 가격은 친환경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 255만 원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프랑스 르노그룹, 중국 지리그룹과 함께 개발한 차량으로 지리자동차의 '싱유에 L' 플랫폼에 기반해 제작됐다.
하지만 프랑스 르노그룹의 DNA에서 비롯된 다지안 요소들을 반영해 지리차는 물론 기존 국산 중형 SUV와도 차별화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입었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후면부에는 넓은 차 폭을 강조하는 넓은 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달았고, 그 아래에 엠블럼과 '콜레오스' 레터링을 배치했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후면. <비즈니스포스트>
시승차량은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12.3인치 동승석 디스플레이 등 모두 3개의 스크린을 통합한 '오픈알(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을 탑재했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동승석 화면은 다른 디스플레이보다 어두워 강한 빛 아래에선 동승석에서도 시인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르노코리아는 법규를 충족하기 위해 동승석 화면 밝기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차들이 다이얼 방식이나 스티어링 휠 옆에 컬럼식 기어를 다수 적용하는 것과 달리 시승차는 기어 노브를 남겨둔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다. 공조기 바람구멍(벤트) 아래 일렬로 배치한 공조기 조작계 물리버튼과 함께 운전중 전방주시를 유지하기에 유리한 실용적 구성으로 보였다.
실내공간은 가족들과 편히 긴 여행을 즐기기에 충분할 만큼 넓었다.
시승차량은 패밀리카에 걸맞은 4780mm의 전장에 2820mm의 동급 최장 휠베이스를 갖췄다.
동급의 국내 베스트셀러 기아 쏘렌토와 비교해 전장은 35mm 짧지만 실내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는 5mm 더 길다.
이를 바탕으로 넓은 2열 공간과 동급에서 가장 긴 320mm의 무릎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뒷좌석을 접었을 때 최대 2034L에 이른다. 뒷좌석은 수동으로 각도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 충분한 가속 성능에 높은 정숙성, 부드럽고 조용한 신사적 주행
시승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출발해 경남 통영 수산과학관을 거쳐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한 리조트까지 약 165km 구간에서 진행했다.
이 차를 몰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잘 나간다'는 것이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주행 모습. <르노코리아>
시동을 걸고 상당한 속력이 붙을 때까진 배터리와 모터로만 바퀴를 굴려 엔진음도 전혀 없다 보니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내는 전기차를 탄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른 부분은 높은 토크로 '울컥' 하듯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전기차와 달리 부드럽고 신사적으로 속도를 올려나가는 점이었다.
시승차에 탑재된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급 최고 용량인 1.64kWh(킬로와트시) 배터리에 하이브리드 전용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를 결합했다.
멀티모드 오토는 구동 전기 모터(출력 100kW)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 시동 모터(출력 60kW)로 이뤄진 듀얼 모터 시스템에 3단 기어와 컨트롤러를 내장한 인버터를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급 하이브리드차 최고 수준인 245ps(마력)의 시스템 총출력을 발휘한다.
시승차량의 정숙성은 지금껏 몰아본 하이브리드차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느껴졌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주행 모습. <르노코리아>
하지만 시승차는 그 과정이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조용했다. 엔진이 언제 돌아가는지 귀를 기울여도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때 계기판에서 동력계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을 선택하면 모터와 엔진, 에너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동급 모델 중 최초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탑재했다. 이는 차량의 실내에 배치한 3개의 마이크가 엔진 및 타이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감지하고 원인을 분석해 차량 내 스피커에서 그에 맞는 반대파를 발생하는 기술이다.
시승차의 차체는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잘 막아줬다. 르노코리아는 폼 재질의 흡음 타이어를 적용해 타이어의 공명음과 지면과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하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브리드차 가운데 용량이 가장 높은 배터리를 탑재해 생각한 것보다 전기 모터로만 바퀴를 굴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도 이 차의 큰 특징이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도심 구간에서 전체 주행 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가솔린 엔진 대비 최대 40%까지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1회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약 1천km)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시승차량은 운전 모드에 따라 주행감이 상당한 차이를 보여 색다른 재미도 선사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에코 모드, 편안하고 균형잡힌 컴포트 모드, 역동적 주행을 위한 스포츠 모드 등을 제공한다.
컴포트 모드로 운전하다 에코 모드로 변경하면 다소 답답하게 가속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를 발동하면 가속페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체를 밀고 나갔다.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주행. <르노코리아>
그런 만큼 급한 커브가 이어지는 와인딩 구간에선 스티어링 휠을 거칠게 휘저어도 바퀴와 단단하게 연결된 차체가 땅에 붙은 듯 안정적이면서도 경쾌한 주행을 이어갔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에 MFB(멀티-펑셔널 보디)를 적용해 노면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차량이 선회할 때 차체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랑 콜레오스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차급인 중형 SUV에 속하는 차량이자 최근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탑재했다.
현대차 기아가 독식한 내수 시장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과 충분한 가속성능, 높은 정숙성,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춘 그랑 콜레오스는 효율 높은 패밀리카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새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 했다.
3시간가량 이어진 약 165km의 시승 코스에서 시승차량의 연비는 리터당 13.6km를 보였다. 그랑 콜레오스 아이코닉 트림의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0km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