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가상화폐 채굴업체 설비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코어사이언티픽의 가상화폐 채굴장비 사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 시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충분한 전력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어 빅테크 기업의 서버 투자 경쟁에 ‘노다지’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는 29일 “미국 IT기업들이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보유 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전력 공급이 따라잡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생성형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시장 선점 효과를 갖추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서버 특성상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전력망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부지는 매우 부족한 상태에 놓였다.
로이터는 현재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안팎에 그치는데 2030년에는 9%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에서 사용하던 전력 가운데 약 20%가 2027년까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활용되기 시작하며 이 가운데 일정 부분을 책임질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대형 IT기업들이 단기간에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이미 충분한 전력망 인프라를 갖추고 있던 가상화폐 채굴 설비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여러 가상화폐 채굴업체 경영진의 말을 인용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기업들은 이에 맞춰 IT기업에 관련 설비를 매각하는 데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채굴업체 테라울프 관계자는 로이터에 “아마존과 구글 등 여러 기업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업체들의 활발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가상화폐 설비를 매각하거나 설비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에 임대하기로 한 기업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고 이를 가동하는 데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인공지능 시장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에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로이터는 다수의 비트코인 채굴 설비가 단기간에 구축된 만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인 냉각장치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용도 변경에 한계를 맞는 사례가 종종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IT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증설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채굴업체 전반에 갈수록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모간스탠리는 가상화폐 업체가 인프라를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서버용으로 전환한다면 자산 가치를 최대 다섯 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