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 확대로 톱3를 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침체기를 맞아 최근 미 전기차 전용공장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하기로 기존 계획을 변경했다. 그룹은 지난해 처음 미국 빅3 완성차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 제치고 미국 현지 자동차 판매 4위 기록했는데, HMGMA 가동을 계기로 내년 미국 톱3 메이커에 진입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2일 미국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올해 1~7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기록하며 테슬라(50.8%)에 이어 현지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3위는 포드(7.4%), 4위는 GM(6.3%)이었다.
그룹은 미국에서 지난해 말 현지 출시한 기아 EV9 판매 호조와 현대차 아이오닉5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량을 50% 이상 크게 늘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상반기 각각 0.3%포인트, 2%포인트 수준이었던 GM, 포드와의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HMGMA이 가동에 들어간다. 당초 HMGM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1천 달러)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착공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에 빠지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올 상반기 일제히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등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강화하는 친환경차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중형과 대형차에 더해 현재 소형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기아는 지난 4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 하이브리드 차종 라인업 강화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올해 6개 차종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2026년 8개, 2028년 9개 차종으로 늘려 주요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기로 했다.
▲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이 이달 공개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 전경. <현대차 미국 법인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올해 들어 미국에서도 심각한 전기차 수요 정체가 관측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시장 판매 증가율은 7.3%로, 전년 동기 47%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하반기 이런 추세가 더 심화하면서 상반기 호조를 보였던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17%, 55% 뒷걸음쳤다. EV9과 함께 기아 미국 전기차 판매실적을 이끌어온 EV6 7월 판매량도 1년 전보다 21.1%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지난달에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특히 현대차의 7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67%나 증가하며 전체 판매실적을 이끌었다. 모델별 판매량에서도 투싼 하이브리드, 싼타페 하이브리드, 엘란트라(아반떼)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109%, 75%, 13% 증가하며 역대 7월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병행 생산하는 HMGMA가 본격 가동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확대에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은 현재 북중미 지역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35만6천 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34만 대, 기아 멕시코 공장 40만 대 등 약 11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 수준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 6만1883대의 약 5배에 달한다.
미국 전기차 수요가 위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HMGMA 공장의 하이브리드차 생산 결정이 30만 대 생산능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그룹의 북중미 3개 공장 중 기아 멕시코 공장을 제외한 2곳의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 추가 생산능력 확보는 곧바로 판매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 전기차 'EV9'. <기아>
글로벌 완성차업체 각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연간 165만2821대를 판매해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사상 처음 미국 자동차 판매 4위에 올랐다.
1위는 257만7662대를 판 GM, 2위는 224만8477대를 판매한 일본 도요타그룹이었다. 3위는 미국 포드로 199만5912대를 팔았다. 포드는 현대차보다 약 34만 대 더 판매했다.
그룹이 HMGMA 가동을 계기로 내년 또 다른 미국 빅3 중 하나인 포드를 앞지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1975년 말 한국 자동차 산업 최초의 독자 모델 '포니' 양산을 시작할 때까지, 미국 포드와 기술제휴를 맺고 차량을 조립해 판매했다. 그러나 35년 뒤인 2010년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 포드를 제치고 5위에 진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3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