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리온이 해외 법인에서 배당을 받아오기 시작하면서 다른 식품기업들의 해외 법인 배당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리온처럼 해외 법인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식품기업의 해외법인 배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식품기업 해외법인 실적 살펴보니, 오리온 중국·베트남 배당 더 돋보여

▲ 오리온을 제외하고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해외 법인들 가운데 배당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오리온을 제외하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해외 법인들 가운데 배당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리온이 해외 법인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 그만큼 받춰줬기 때문이다.

오리온 중국 생산·판매 법인들은 지난해 매출 1조6054억 원, 순이익 1700억 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법인은 매출 4755억 원, 순이익 848억 원을 냈다.

오리온은 중국 법인으로부터 1355억 원을 배당받았다. 베트남 법인으로부터는 지난해 1112억 원을 받았고 올해 4월 415억 원을 받았다. 11월에는 623억 원을 배당받기로 돼 있다.

오리온과 달리 다른 국내 주요 식품기업은 아직 해외에서 탄탄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에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을 꼽자면 삼양식품을 빠뜨릴 수 없지만 해외 법인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삼양식품 중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 2213억 원, 순이익 60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중국 법인과 비교해 순이익이 3.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2분기 중국 법인 매출을 넘어선 미국 법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삼양식품 미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 1599억 원, 순이익 41억 원을 냈다. 미국 법인이 성장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배당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의 해외 법인 가운데 실적이 가장 좋은 곳은 미국이다. 농심 미국 제조 법인은 지난해 매출 5933억 원, 순이익 394억 원을 기록했다.

배당을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농심이 미국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법인의 배당을 성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오뚜기는 농심, 삼양식품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해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미국 법인에서 매출 1044억 원, 순이익 124억 원을 냈다.

오뚜기 역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전략의 중심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배당에 서두를 가능성은 낮다.

주류업계에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주를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일본과 미국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은 매출 676억 원, 순이익 18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 법인에서는 매출 632억 원, 순이익 37억 원을 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0월 경영권을 취득한 필리핀펩시는 연매출 1조 원 안팎을 내는 법인이지만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모두 해외 법인을 통한 국내 배당소득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국내 식품기업 해외법인 실적 살펴보니, 오리온 중국·베트남 배당 더 돋보여

▲ 오리온이 20일 베트남 현지에 ‘참붕어빵’을 출시했다. 오리온은 참붕어빵 출시국을 미국, 유럽 시장까지 확대해 초코파이를 잇는 제2의 글로벌 파이 브랜드로 만들기로 했다. <오리온>


제과업계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매출 2697억 원, 순이익 249억 원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오리온 중국 법인과 비교해 보면 매출은 6분의1, 순이익은 7분의1 정도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오리온이 최근 중국 법인에서 1300억 원이 넘는 배당을 받은 것은 매우 값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오리온에게 배당을 한 중국 지주사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2694억 원을 냈다.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지주사기 때문에 매출의 99% 이상이 중국 생산·판매 법인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으로 발생한다.

오리온은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양 등에 4개의 생산·판매 법인을 가지고 있다. 이 법인들의 실적이 얼마큼 나오는지가 지주사로의 배당 규모를 결정하고 오리온 배당으로까지 연결된다.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3년 동안 중국 생산·판매 법인들로부터 꾸준히 배당을 받았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은 자금이 약 8천억 원 정도다. 이를 활용해 이번에 오리온이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29년 동안 중국에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오리온이 30년 가까이 중국 시장에서 해왔던 노력들이 국내 식품기업 첫 배당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도 고민하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