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늦어도 성장기회 충분, "중국 수요 독차지"

▲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블랙웰' 출시 지연으로 HBM3E 공급 일정에 차질을 겪더라도 중국 고객사들의 수요에 힘입어 충분한 성장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 HBM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반도체 공급을 시작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져도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의 수혜를 충분히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정부 규제를 우려한 중국 고객사들의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에 주문이 몰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2일 “엔비디아가 블랙웰 시리즈 반도체 설계 결함으로 출하 일정을 늦추면서 삼성전자의 HBM3E 승인 및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하반기에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용한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로 양산 시점을 수 개월 늦추게 됐다.

자연히 3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삼성전자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HBM3E는 엔비디아 신형 반도체에 최초로 사용되는 새 규격의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공급을 확정했고 삼성전자는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블랙웰 출시 지연으로 삼성전자의 HBM3E 공급망 합류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며 엔비디아가 HBM 물량 확보를 서두를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HBM 수요를 대거 확보하기 유리해져 충분한 성장 기회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HBM 수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물량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기업이 중국에 HBM을 사실상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SK하이닉스가 내년까지 공급할 수 있는 HBM 물량이 대부분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에 이미 배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마이크론의 경우 HBM 생산 능력이 부족한 데다 미국 반도체 기업 특성상 중국 정부의 규제 영향을 받고 있어 중국에 수출 물량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중국 고객사들의 HBM 재고 축적에 수혜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이미 인공지능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사인 AMD의 HBM 공급망에 진입해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HBM3E 양산이 본격화되면 AMD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HBM 수요 증가와 DDR5 규격 제품의 비중 상승으로 올해 D램 평균 가격은 50~60% 수준의 상승폭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에도 30~40%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