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비디아 기상예보 AI 잇달아 공개, 기술 과시로 인공지능 수익기반 다져

▲ 올해 6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2024년 컴퓨텍스 행사에서 엔비디아 '어스-2'를 소개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있어 기상예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구글과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과 기존 기상예보 모델을 접목하면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며 잇달아 신형 AI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을 내보여 기후테크 분야에서 AI를 통한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기상예보 전용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스톰캐스트’를 공개했다. 스톰캐스트는 중간 규모 기상 현상까지 예보가 가능한 AI로 열대성 태풍보다는 크고 사이클론보다는 작은 기상 현상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스톰캐스트 교차 검증에 참여한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와 워싱턴 대학 등 연구진은 엔비디아 리서치팀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보고서에서 "스톰캐스트가 기존 심층학습 모델보다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운용하는 물리적 기상현상 분석 기반 모델 ‘고해상도 신속 갱신(HRRR)’ 소프트웨어와 비교했을 때는 강수량 예측 결과가 약 10%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이런 정확한 지역 관측 능력이 향후 기후예측 및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어스-2’를 통해 AI 모델을 물리적 기상현상 분석 기반 모델과 결합하면 글로벌 단위에서도 전보다 정확한 기상예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어스-2는 지구 환경을 그대로 가상환경에 복제해 향후 발생할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대만 국립재난과학기술센터가 자체 운용하고 있는 물리적 기상현상 기반 모델에 어스-2를 통해 제공받은 AI모델 ‘코르디프(CorrDiff)’를 결합해 예보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치로 보면 대만 국립재난과학기술센터가 운용하는 모델은 25킬로미터였던 최소 예보 범위가 2킬로미터로 좁혀지는 등 연산 능력은 약 1000배 증가한 반면 소모 전력은 크게 줄었다.

이를 놓고 엔비디아는 자사가 개발한 AI 반도체 H100 칩의 뛰어난 연산 능력과 높은 에너지 효율에 힘입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평방미터에 걸쳐 발생하는 기상변화를 계속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기후가 어떻게 바뀌는지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엔비디아 기상예보 AI 잇달아 공개, 기술 과시로 인공지능 수익기반 다져

▲ 가상 기상환경 시뮬레이션 플랫폼 '어스-2'에서 물리 기반 모델이 측정한 대류 변화를 결합된 AI 모델 '코르디프'가 기계 학습을 통해 영향을 평가하고 있는 상황을 구현한 모습. <엔비디아>

기상예보업체 더웨더컴퍼니의 톰 하밀 혁신팀장도 “태풍의 위력은 물론 변동성이 커지는 겨울철 강수량 등 수치에 기반한 기상예보 문제에 있어 확신을 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스톰캐스트는 이런 문제들을 많이 해결해주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기상예보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있는 구글도 최근 신형 AI 모델을 내놨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구글 리서치는 AI와 물리적 기상현상 기반 모델을 결합한 ‘뉴럴 GCM'을 공개했다. 뉴럴 GCM 개발을 위해 유럽중기예보센터(EMCWF)와 밀접하게 협력했으며 양측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등재했다.

구글도 해양대기청이 운용하는 물리적 기상현상 기반 모델 ’엑스실드(X-Shield)‘와 비교 실험을 진행했는데 뉴럴 GCM은 열대성 사이클론 발생 가능성을 약 두 배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

뉴럴 GCM은 2020년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간 기상예보 정확도를 비교하는 실험에서도 엑스실드 대비 오보율이 약 5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예보 시뮬레이션 완수까지 걸리는 시간도 엑스실드보다 약 3500배 빨랐는데 엑스실드는 20일이 걸릴 예보를 뉴럴 GCM은 8분이면 내놓을 수 있었다.

소모 전력과 설비 구축 비용도 훨씬 낮아 예보 체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엑스실드보다 최대 약 10만 분의 1 수준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 리서치는 앞서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기상예보 AI 모델 ’그래프캐스트‘처럼 뉴럴 GCM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다.

스테판 호이어 구글 리서치 선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뉴럴 GCM은 전력 소모량이 극단적으로 낮아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일반적인 노트북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향후 많은 기후 연구자들이 우리가 만든 걸작을 연구에 사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글·엔비디아 기상예보 AI 잇달아 공개, 기술 과시로 인공지능 수익기반 다져

▲ 뉴럴 GCM(가장 왼쪽)과 미국 해양대기청이 사용하는 엑스실드(가장 오른쪽)의 연산 능력 차이를 시각화한 모습. 뉴럴 GCM이 22.8일에 걸친 글로벌 기상 환경 변화를 예보한 데이터를 내놓는 동안 엑스실드는 단 9분밖에 연산하지 못했다. <구글 리서치>

다만 구글이 과거 내놓은 계획을 보면 AI 기반 기상예보 기술을 향후 수익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향후 AI 기반 기상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과 아메리칸 항공,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 등 파트너들과 협업해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벤 고메스 구글 리서치 선임 부사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홍수, 폭염, 산불 등 극단 기후 현상 대처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구글은 세계구급 AI와 기계 학습 연구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은 이상기후 예측과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고 인프라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예보를 포함함 기후테크산업은 모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은 유망한 분야로 여겨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6년 169억 달러(약 22조5500억 원) 수준이던 기후테크 산업 규모는 2032년 약 1480억 달러(약 197조58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기상예측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인정받으면 이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높일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후예보 분야의 혁신에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은 결국 수익을 창출이 목적이라 각국 기후 관측 기관들처럼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줄리오 보갈레티 ’유럽 지중해 기후변화센터(CMCC)‘ 과학 디렉터는 기술 전문지 칼럼을 통해 “지구를 관측하는 위성과 컴퓨터들의 통제권이 엔비디아, IBM, 구글, 화웨이 등 민간 기업들에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갈레티 디렉터는 “이들은 소유한 압도적인 자본을 통해 공공 분야보다 기후 관측 기술 개발에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으며 윤리적으로 그들의 인프라를 운영할 책임도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