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부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부동산신탁사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수익성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여전한 준공 지연 위험과 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등으로 충당금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 신용평가업계와 건설업계 안팎의 말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들의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신용평가가 점검하는 부동산신탁사 14곳의 2023년 합산 영업이익은 3579억 원으로 전년(8519억 원)보다 58% 급감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부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신탁사 14곳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29억 원을 내며 악화된 수익 흐름을 이어갔다. 이들은 2023년 1분기에는 689억 원 영업이익을 냈는데 1년 만에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주요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 둔화는 건설경기 흐름에 민감한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 부문에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022년 5360억 원에 이르던 개발신탁 신규수주는 2023년 3527억 원으로 34.2% 감소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개발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신탁사가 시행사로부터 신탁보수를 받고 토지와 자산 등을 수탁받은 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수탁받은 토지와 자산은 개발사업이 끝난 뒤 시행사에게 돌려준다. 신탁사로선 자금 조달 부담이 크지만 신탁보수가 높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여겨진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토지비가 낮은 지방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근 지방 부동산 가격이 주저 앉은 가운데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이어지면서 업황이 크게 둔화됐다.
지방 주택 시장은 올해 하반기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주택은 2024년 6월 말 기준 총 7만4037호로 전월 대비 2.6%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지방 주택이 5만8986호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이후 미분양도 수도권이 2891호, 지방이 1만1965호로 각각 전월대비 19.3%, 10.7%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부동산신탁사의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인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책준형)도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책준형은 부동산신탁사가 시공사의 준공 기한을 보증한다. 신용도가 낮은 지방·중소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대보증을 서주는 만큼 위험이 큰 사업으로 여겨진다. 사업장이 제 시기에 준공되지 않으면 대주단이 신탁사에 준공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
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는 사업장은 2024년에 집중돼 있다. 한국신용평가 점검 14곳 부동산신탁사의 책준형 사업 가운데 올해 기한이 도래하는 사업규모만 8조8천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발채무의 성격을 지닌 신탁계정대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신탁계정대란 부동산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자신의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자금을 말한다. 예상치 못한 사유로 공사원가가 상승하거나 공정이 지연되는 사업장의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사업비를 충당하면서 주로 발생한다.
책준형 신탁계정대는 2022년 363억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3672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대손충당금으로 처리된 금액은 199억 원에서 1761억 원으로 덩달아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충당금 우려를 더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PF 사업성을 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 등 4단계로 분류한 뒤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곳에 대한 정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최근에는 상반기 사업성 평가에서 양호나 보통 등 정상 등급을 받은 PF 사업장도 9월 재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2024년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7.8%로 2022년 12월 말 38.6% 대비 2배 넘게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이후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해 신탁사와 PF대주 간 손해배상 청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신탁사의 책임범위에 따라 재무부담 수준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개발신탁 시장위축에 따른 수익창출원 부재가 문제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부동산신탁업 외형은 확대되었으나 이에 걸맞은 수익창출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
저조한 수익성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여전한 준공 지연 위험과 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 등으로 충당금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 부동산신탁사들의 어려운 사업환경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2일 신용평가업계와 건설업계 안팎의 말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들의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신용평가가 점검하는 부동산신탁사 14곳의 2023년 합산 영업이익은 3579억 원으로 전년(8519억 원)보다 58% 급감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부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신탁사 14곳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29억 원을 내며 악화된 수익 흐름을 이어갔다. 이들은 2023년 1분기에는 689억 원 영업이익을 냈는데 1년 만에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주요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 둔화는 건설경기 흐름에 민감한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 부문에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022년 5360억 원에 이르던 개발신탁 신규수주는 2023년 3527억 원으로 34.2% 감소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개발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신탁사가 시행사로부터 신탁보수를 받고 토지와 자산 등을 수탁받은 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수탁받은 토지와 자산은 개발사업이 끝난 뒤 시행사에게 돌려준다. 신탁사로선 자금 조달 부담이 크지만 신탁보수가 높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여겨진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토지비가 낮은 지방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근 지방 부동산 가격이 주저 앉은 가운데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이어지면서 업황이 크게 둔화됐다.
지방 주택 시장은 올해 하반기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주택은 2024년 6월 말 기준 총 7만4037호로 전월 대비 2.6%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지방 주택이 5만8986호를 차지했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이후 미분양도 수도권이 2891호, 지방이 1만1965호로 각각 전월대비 19.3%, 10.7%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부동산신탁사의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인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책준형)도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책준형은 부동산신탁사가 시공사의 준공 기한을 보증한다. 신용도가 낮은 지방·중소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대보증을 서주는 만큼 위험이 큰 사업으로 여겨진다. 사업장이 제 시기에 준공되지 않으면 대주단이 신탁사에 준공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
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는 사업장은 2024년에 집중돼 있다. 한국신용평가 점검 14곳 부동산신탁사의 책준형 사업 가운데 올해 기한이 도래하는 사업규모만 8조8천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발채무의 성격을 지닌 신탁계정대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신탁계정대란 부동산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자신의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자금을 말한다. 예상치 못한 사유로 공사원가가 상승하거나 공정이 지연되는 사업장의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사업비를 충당하면서 주로 발생한다.
책준형 신탁계정대는 2022년 363억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3672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대손충당금으로 처리된 금액은 199억 원에서 1761억 원으로 덩달아 높아졌다.
▲ KB부동산신탁.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충당금 우려를 더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PF 사업성을 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 등 4단계로 분류한 뒤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곳에 대한 정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최근에는 상반기 사업성 평가에서 양호나 보통 등 정상 등급을 받은 PF 사업장도 9월 재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2024년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7.8%로 2022년 12월 말 38.6% 대비 2배 넘게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이후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해 신탁사와 PF대주 간 손해배상 청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신탁사의 책임범위에 따라 재무부담 수준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개발신탁 시장위축에 따른 수익창출원 부재가 문제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부동산신탁업 외형은 확대되었으나 이에 걸맞은 수익창출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