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비리가 드라마에, tvN '감사합니다' 건설현장의 그늘을 비추다

▲ 한 아파트 건축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드라마 '감사합니다' 1화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작은 사고 덮으려다 큰 사고 발생합니다."

건설업계의 해묵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의 등장인물 신차일 JU건설 감사팀장의 말이다.

드라마 감사합니다는 타워크레인 비리, 정비사업 조합장 횡령,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비리 등 지금까지 일반 사람들이 언론보도 상으로만 접하던 건설산업 내부 그림자를 감사팀의 눈으로 가까이 들여다 보고 있다. 마지막 방송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안팎으로 시사하는 바가 무게있게 다가온다.

9일 tvN에 따르면 드라마 감사합니다가 이번 주말 11화, 12화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감사합니다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사 JU건설에 새로 부임한 감사팀장 신차일(배우 신하균)이 회사의 횡령, 비리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건설업을 중심 소재로 다룬 사례는 많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2018년 자사 유튜브를 통해 웹드라마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상업 드라마로는 감사합니다가 사실상 처음이다.

감사합니다 평균 시청률은 1화 3.5%로 시작해 8화 최고 7.8%까지 오르며 치열한 토일 드라마 경쟁에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에 더해 지금까지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던 건설업계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고 있는 점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감사합니다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있었던 사건사고를 각색해 건설업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JU건설은 드라마 속에서 연간 수주 8조 원 규모를 올리는 대형건설사로 그려진다. 현실에 대입하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드는 건설사 수준임에도 크고작은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드라마 속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와 관련한 내부 비리가 다뤄졌다.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현장소장이 전무와 짜고 부실 부품을 모은 타워크레인을 선정한 뒤 정상 품질의 타워크레인 가격을 받고 차액은 전무가 챙긴 사건이다.

타워크레인 부실에 따른 전도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어 건설업계의 대표적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특히 타워크레인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역시 꾸준히 발생해 왔다.

지난 2017년 4월 울산의 한 정유공장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전도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을 조립할 때 수칙을 지키지 않고 규격보다 작은 볼트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1달 뒤인 2017년 5월에는 남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둥이 부러져 3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틀 전 타워크레인에 결함이 발생해 부품을 교체할 때 외국산 순정 부품을 주문하지 않고 공사기간 단축, 비용 절감을 위해 철공소에서 제작한 값싼 부품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2014년 수원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전도로 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와 관련해 건설사가 주무부처 안전관리담당에 뇌물을 준 사실, 이 현장 일부 직원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타워크레인 전도와 비리의 연관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2017년 11월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꾸준히 후속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사고를 막기 위해 타워크레인 사용을 규제하고 타워크레인 관계자들에 강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드라마에서 다뤄진 타워크레인 이외에도 많은 비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각지에 현장이 퍼져 있는 만큼 각종 자재가 납품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현장 감독자나 재하도급 업체 등의 일탈행위를 모두 관리·감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누구에게나 눈에 보이는 타워크레인은 인명피해가 났을 때 크게 부각돼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며 “하지만 건설 과정에서 땅속이나 건물 안에 들어가는 수많은 자재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있더라도 밝혀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든 현장은 공사기간을 지켜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롭기 힘든데 현장 관리자 책임하에 결정된 사안을 하나하나 다 따져보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나눔주택조합사업’ 조합장 횡령 역시 건설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문제 중 하나다.

드라마 속에서는 현실의 지역주택조합사업과 유사한 정비사업지에서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투자금 수십억 원을 회사 간부와 결탁해 횡령하는 사건이 다뤄진다.

드라마에서처럼 조합장이 직접 회사 임직원과 수십억 원의 자금을 횡령하는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조합장의 횡령 사건은 전국적으로 노후 지역 및 건축물의 정비사업이 활발해질수록 더 잦아지는 모양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조합장 횡령’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드라마 감사합니다 관련 기사보다 실제 조합장이 횡령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도들이 화면 최상단을 채운다.

최근 전주지방검찰청이 한 지역주택사업 조합장을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사례도 있다. 조합장은 주택관리업체와 용역비 변경 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조합 통장으로 송금한 용역비 가운데 3300만 원을 빼돌렸다.

드라마 속 다른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장 횡령 이슈는 앞으로 건설·부동산 업계에서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3번째 에피소드인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현장식당) 비리는 건설업계 오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드라마 속에서는 회사 임원의 인척이 한 건설현장의 현장식당 운영권을 획득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은 선정 권한을 쥔 대행업체에 수억 원을 지급하고도 운영권을 따내지 못한 사건이 그려진다.

건설현장에서는 현장식당 이외에 다른 식사 장소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에 현장식당 운영은 안정적 수익을 일정 기간 꾸준히 거둘 수 있는 ‘알짜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에 과거 현장식당 운영권은 사실상 인맥을 타고 결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드라마에서 불거진 현장식당 비리 문제는 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함바 게이트’도 떠올리게 한다. 

과거 전국 건설 현장식당 운영권을 독차치해 ‘함바왕’이라 불렸던 유상봉씨가 2010년대 다시 현장식당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건이 벌어졌다. 유씨는 이 일로 징역형을 살고도 세 차례나 함바 운영권 관련 사기죄를 저지르는 등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는 비단 건설산업의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기술유출, 채용비리 등 산업계 전반에 뿌리 깊은 문제들도 건설사를 배경으로 다뤘다.

이 밖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건설업계의 노력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도 그렸다.

드라마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공사 공정 관리 프로그램(제이빔스·J-BIMS)’이 회사의 미래를 바꿀 혁신 기술로 소개된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연간 5%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워크레인 비리가 드라마에, tvN '감사합니다' 건설현장의 그늘을 비추다

▲ 인공지능(AI) 기반 공사 공정 관리 프로그램(J-BIMS) 시연회 모습. <드라마 '감사합니다' 7화 갈무리>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효율성뿐 아니라 안전관리, 데이터 분석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드라마에서는 공사 공정 관리 프로그램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도 나오지만 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며 “이미 매우 오래전부터 거의 모든 건설사가 전문업체에서 개발한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개선·적용해 온 터라 현장의 불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는 대규모 생산수단을 활용해 일정 지역에서 꾸준히 제품 등을 생산하는 장치산업이 아니라 현장별로, 근로자 역량에 의지하는 부분이 큰 건설업계의 구조적 특징이 잘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구조적 한계에도 건설업계에서는 주인공인 감사팀장의 노력처럼 비리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힘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런 비리·횡령들이 현재는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것보다 훨씬 나아진 상황이고 이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국에 나눠진 현장이 모두 깨끗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워낙 사업장이 뿔뿔이 흩어져 많은 만큼 이런 현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건설사의 과제”라며 “또 현장마다 개인의 일탈이 업계 전반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우수한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