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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구영배 신화의 몰락 이후, 사회가 얻을 교훈이 더 중요하다

남희헌 부장직대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8-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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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구영배 신화의 몰락 이후, 사회가 얻을 교훈이 더 중요하다
▲ '티메프 사태'는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의 민낯을 보여줬다. 사진은 구영배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여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9월. 티몬이 큐텐에 인수됐다.

큐텐은 ‘낯선 회사’였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도 큐텐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하지만 큐텐의 수장이 구영배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뭇 다른 반응들이 나왔다.

“구영배 대표는 아주 잘 알죠. 이커머스 업계에 오래 몸담았다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랬다. 구영배 대표는 이커머스 업계의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 G마켓을 창업한 지 2년 만에 회사를 거래액 1조 원짜리 회사로 키워내 한국 오픈마켓 시장 1위를 거머쥐었던 사람. 이른바 ‘G마켓 신화’를 쓴 주인공이 구 대표였다.

‘이베이의 항복을 받아낸 남자’로도 유명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옥션으로 오픈마켓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G마켓을 따라잡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다. 결국 2008년경 당시 G마켓 대주주인 인터파크와 협상해 인터파크와 구 대표의 지분을 이베이코리아가 인수했다. 항복 선언을 한 셈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이후 구 대표가 싱가포르에 큐텐을 만들 때 자본금도 절반가량 대줬다. 단 “한국 시장에서 10년 동안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구영배라는 이름 세 글자에 세계적 플랫폼조차 얼마나 벌벌 떨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다.

구 대표는 약속대로 해외에서 돌았다. 일본에서도 큐텐재팬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와의 약속한 기간이 지나자 보란 듯이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2023년 초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연달아 샀다. 실적 부진의 탈출구를 찾지 못해 소위 ‘맛이 간 회사’로 분류됐던 회사들을 사들이는 것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구 대표의 과거 이력은 그가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구 대표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에게 직접 들은 말도 그랬다.

“구영배 대표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입니다. 한국에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든 사람인데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플랫폼을 사는 데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을겁니다.” 

구 대표가 ‘티메파크 연합’을 꾸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주를 이루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실제로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의 지표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구 대표를 향한 의구심도 걷히는 듯 했다.

구 대표는 올해만 해도 글로벌 플랫폼 위시와 AK몰을 품에 안았다. 구 대표의 꿈으로 여겨졌던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곧 현실화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구영배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아니 이미 무너졌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한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여러 플랫폼을 사놓고 주먹구구식 경영,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 사달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오붓한 여름휴가를 위해 부푼 꿈을 안고 수백만~수천만 원을 주고 여행상품을 결제했던 많은 이들은 위메프와 티몬 본사 앞에서 진을 치고 환불해주지 않으면 집으로 갈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구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비자 앞에 직접 나와 사과했던 위메프 대표조차 구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가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구 대표를 부르자 그제서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신화를 써왔다는 인물이라고 보기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하나같이 영양가가 없었다.

문제가 발생한 금액이 얼마인지, 당장 가용한 자금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미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는 하나마나한 얘기만 내뱉는 사람이었다.

그는 본인이 이끌었던 회사에서도 사실상 버림받았다. 플랫폼 경영진을 모아 화상회의도 열었지만 일부 임직원이 그의 말에 쌍욕을 내뱉었다는 후문까지 돈다. 각 회사 대표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회생 방안도 말했다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전부다.

구 대표가 재기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검찰은 구 대표를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고 구 대표가 일으킨 티메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 당국까지 움직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최소 열 배 이상의 노력이 든다는 데 누가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영배 신화의 몰락’에서 사회가 얻을 교훈이다.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원칙을 양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정산대금 지급 기한을 최대한 단축하고 구매자들의 결제 금액을 판매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불필요한 규제가 생기는 것만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티메프 사태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자칫 어느 한 혁신 기업가의 의욕을 꺾는 답답한 규제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안전결제시스템인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재무 운영에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티메프 사태, 그리고 구 대표를 향한 분노와 비난이 수그러질 때쯤 더욱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 구영배 대표 때문에 겪었던 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훗날 뒤돌아봤을 때 '여론을 의식해 만든 과한 규제'라는 소리를 들을지, 아니면 '피해자는 없애고 기업가도 돕는 규제'라는 소리를 들을지는 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다. 남희헌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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