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X 둘러싼 정치편향 우려 현실로, 미국 대선 노골적 개입 일파만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5월30일 플로리다주 NASA 케네디 우주 센터에 방문해 스페이스X의 첫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를 확인한 뒤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미국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계정이 덜 노출되도록 분류된 정황이 포착돼 정치적 편향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머스크는 X를 인수할 당시부터 부적절한 발언으로 연이어 구설수를 일으켜 기업 운영에 부담을 키웠는데 이러한 사건이 계속되면 X는 물론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의 다른 기업들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계정들 가운데 일부가 최근 몇 주 동안 X에서 부당하게 ‘스팸’으로 분류됐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리스를 지지하는 백인 친구들’이라는 명칭의 그룹 계정을 포함해 복수의 계정들이 일시적으로 정지됐던 사례가 제시됐다. 

일부 사용자들은 카멀라 해리스의 공식 선거 캠페인 계정인 @KamalaHQ에 7월21일 팔로잉 기능이 막혔었다고도 제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공식화하고 해리스를 후보로 지목한 당일이다. 

X는 광고로 추정되거나 가짜로 신고받는 등 계정들에 스팸으로 분류해서 노출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을 두고 있기는 하다. 다만 특정 정당 후보와 관련한 계정들에만 접근이 막히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그동안 편향적 발언이나 행동을 이어 온 것에 비추면 의도적으로 X를 활용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소속 대니얼 크라이스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X 소유주의 적극적인 정치적 활동을 감안하면 특정 계정이 왜 스팸으로 분류됐는지 투명한 설명 없이는 의문이 증폭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의 X 활동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이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26일 자신의 X 계정에 가짜라고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해리스의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공유하는 등 미국 대선에 영향 미칠 수 있는 행동을 벌여왔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라 지지 후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잘못된 정보마저 직접 퍼트렸던 셈이다. 
 
일론 머스크 X 둘러싼 정치편향 우려 현실로, 미국 대선 노골적 개입 일파만파

▲ 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2300 아레나'에서 열린 대선 유세를 찾은 지지자들이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뒤편에 '카멀라는 혼돈'이라 적힌 문구도 보인다. <연합뉴스>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가 정치적으로 민주당 쪽으로 편향된 매체라고 지적해 왔다. 이에 트위터를 자신이 인수해 X로 사명을 바꾸고 서비스를 일부 재편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서비스에 정치 성향을 반영해 이를 놓고 와이어드는 “머스크가 X를 자신의 정치 놀이터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메타를 비롯 주요 소셜네트워크 업체들은 2022년 미국 중간선거 때부터 AI를 활용한 가짜뉴스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극단적인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며 가짜뉴스를 방치하고 있다. 그러나 해리스를 지지하는 계정을 스팸으로 분류한 사례에서 보면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주장마저 설득력이 떨어진다. 

X는 2022년 10월 머스크에 인수된 이후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블룸버그는 X의 2023년 매출액을 34억 달러(약 4조6836억 원)으로 추산했는데 머스크의 인수 전 2022년보다 10억 달러 떨어진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가 편향된 정치적 행보를 보여 광고가 다수 떨어져 나가 매출이 줄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일론 머스크의 다른 기업에도 여파가 번지고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독일의 한 제약 체인이 테슬라와의 기업 대 기업(B2B) 차량 구매를 중단해버렸다.   

이렇듯 일론 머스크의 발언과 행동이 정치적 파장은 물론 기업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여전히 거리낌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X 플랫폼 자체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X가 수억 명의 사용자를 바탕으로 여전히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당해 이를 여론 조성에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중심 정치 전략가인 아담 파르호멘코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기화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결국 머스크의 당파적 성향이 X에 반영돼 해리스 후보를 공격하는 편향적 가짜뉴스가 계속 퍼지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후보가 현지시각으로 오는 12일 오후 일론 머스크와 직접 인터뷰를 나누겠다고 예고한 만큼 두 사람 사이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공산이 크다. 

X가 트럼프 후보의 백악관 재입성에 일등 공신이 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머스크의 기업들에 후폭풍이 만만찮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X에서 분열과 선동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가장 많이 퍼트리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