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가 '검은 금요일'과 '검은 월요일'을 거치며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서도 2차전지와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주를 향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주는 올해 들어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따라 주가가 크게 내렸는데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낙관적이라는 분석이다.
 
2차전지주 태양광주 이유있는 선방, 국내외 증권가 "미국 대선도 변수 안 돼" 

▲ 국내외 증권가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친환경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업종이 반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1.98% 하락 마감했다. 

이 상품은 국내 2차전지 대표 종목들을 담고 있다. 전날 국내 주요 양극재업체인 엘앤에프가 2분기 영업손실 842억 원을 냈다고 밝히면서 2차전지업종 투자심리가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TIGER 2차전지테마는 전날에는 6.96% 상승마감했다. 국내 반도체 대표 종목을 담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 ETF의 상승률(3.04%)보다 높았다.

코스피가 8% 넘게 빠진 5일 이른바 '검은 월요일' 이후 반도체보다 2차전지 테마에 저가 매수세가 더욱 강하게 들어온 셈이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다소 걷힌 점도 2차전지주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2차전지뿐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주를 향한 투자심리는 약세를 거듭해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외 증권가에서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장기적으로 친환경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공언하고 있는 만큼 석유가스산업 비중을 늘리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념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 시기 석유가스산업이 타격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 시기가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석유가스 생산량이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청(EIA)에 따르면 가스 생산량을 석유로 환산해 미국 하루당 석유 생산량의 대략적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 트럼프 정부 시기인 2017년 2300만 배럴, 2018년 2500만 배럴, 2019년 2900만 배럴, 2020년 2800만 배럴로 집계됐다. 

바이든 정부 시기에는 2021년 2800만 배럴, 2022년 2900만 배럴, 2023년 3100만 배럴, 2024년 3200만 배럴(예상치)로 오히려 석유가스 산업이 바이든 정권 하에서 활황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무부 토지관리국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3년 동안 신규 시추 허가 건수도 약 9800건으로 트럼프 초기 3년의 약 8100건보다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 지역 80억 달러 규모 석유 프로젝트인 윌로우(Willow)를 지난해 허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석유기업들의 이익과 배당이 늘면서 다우존스 석유가스지수는 바이든 정부 들어 2배 상승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억만장자 석유가스 사업가이자 트럼프 지지자인 해롤드 함(Harold Hamm)마저 “우리는 이미 가능한 만큼의 최대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해도 친환경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투자업체 허드슨그룹(Hudson Sustainable Group)의 설립자 닐 아우어바흐(Neil Auerbach)는 “현재 미국 친환경산업의 수혜 가운데 약 80%가 공화당 지역으로 가고 있다”며 “트럼프가 11월에 당선된다 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강하게 친환경 산업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막시스트 경제학자를 부친으로 둔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진보적으로 평가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8월6일 미국 상원에서 IRA 법안이 50대50으로 교착되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상원 투표에서 찬반표가 같을 시 부통령이 한 표를 행사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4년 전 대선후보로 출마할 때도 파쇄수압법(셰일가스 생산기법)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선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글로벌 친환경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지 간에 미국의 친환경 경제는 이미 자체적 추동력을 얻은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서 태양광산업은 보조금 없이도 석탄보다 싼 값에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또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업체인 넥스트에라에너지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2027년까지 배터리, 태양광, 풍력에 1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혀둔 상태다”고 말했다. 

이주영 LS증권 연구원도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신재생업황의 성장세는 지속할 것”이라며 “IRA 투자의 대부분이 공화당 우세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폐지 혹은 대규모 축소는 공화당에도 큰 정치적 리스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건 미국 정부의 중국 친환경산업 규제인데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반사수혜를 볼 것이다”고 말했다.

2차전지 배터리업종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우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향후 반등의 폭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저가 매수 차원에서 2차전지업종에 점진적으로 접근해 볼 시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2차전지주 태양광주 이유있는 선방, 국내외 증권가 "미국 대선도 변수 안 돼" 

▲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친환경주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력한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 둔화가 개선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며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미국 전기차 인프라 부족 문제가 개선되고 있으며 업체들은 작년 대비 2배 수준의 금액을 투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력적 가격의 전기차 모델도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점진적이 아닌 급진적 성장 구간에 접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가 당선되면 오히려 한국 배터리업종 수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장기정책의 핵심은 중국 견제인데 중국이 현재 앞서가는 산업이 바로 친환경산업이라는 것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에 대해 “점진적 매수 전략을 추천한다”며 “주가가 악재를 충분히 반영한 상황에서 올해 4분기부터 테슬라향 신제품 출하를 앞두고 있는 등 성장이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풍력업종도 반등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집권해도 IRA 무력화는 어려운 반면 향후 금리인하로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세 지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씨에스윈드는 유럽과 미국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및 타워 매출 고성장이 진행되고 있다”며 “SK오션플랜트의 경우 대만과 국내 해상풍력 사업 환경 개선으로 하부구조물 사업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대표주인 한화솔루션도 주가 반등 기대감을 받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향 태양광 설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쟁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한화솔루션에 우호적인 상황”이라며 “미국시장 태양광 수급이 내년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