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웰푸드-롯데상사 합병 만지작, 위상 축소 '식품군HQ' 존재감 부각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 2022년 7월5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제과 및 롯데푸드 통합법인 출범식에서 이영구 당시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비즈니스포스트]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부회장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맡고 있는 식품군HQ는 그동안 기능과 조직 규모가 계속 축소돼 다른 사업군HQ보다 주목받지 못했던 조직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기조 속에서도 식품 계열사 전반의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7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 추진은 롯데그룹 식품군HQ 주도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크게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 등 4개로 구분하고 관리하고 있다. 롯데그룹 식품군HQ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롯데웰푸드다.

롯데상사는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군에 소속된 회사는 아니다. 지배구조는 롯데지주(44.86%)와 호텔롯데(32.57%), 롯데알미늄(5.87%)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소개할 때 롯데상사를 서비스 관련 계열사로 소개한다.

하지만 주로 농산·축산·수산물의 공급망 구축과 관련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식품 계열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회사로 분류된다.

실제로 롯데상사가 지난해 롯데그룹의 국내 계열사에서 낸 매출 3792억 원 가운데 2523억 원이 롯데웰푸드에서 나왔다. 롯데그룹 식품군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GRS에서도 매출 484억 원을 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 추진은 식품군HQ를 총괄하는 이영구 부회장의 판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롯데웰푸드는 롯데상사와 합병을 놓고 “확정된 것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조만간 합병 추진이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웰푸드가 9월 합병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와 합병을 검토하는 주된 이유는 시너지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롯데상사와 합병하면 유지 매입과 관련한 부분에서 유통 단계를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웰푸드가 과거 롯데제과 시절 롯데푸드를 합병했을 때도 유지 사업 관련 시너지가 중요한 판단 지점 가운데 하나였다.

롯데웰푸드는 육가공류 원재료를 매입하는 부분에서도 롯데상사와 합병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상사는 2019년 한국기업 최초로 호주 비육장을 인수하는 등 호주 소고기 생산 및 수출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육가공부문에서 영업손실 235억 원을 봤다. 유지식품부문에서는 영업이익 15억 원을 내며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 추진은 이영구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군HQ는 롯데그룹의 HQ체제 전환 이후 4개 HQ 가운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식품군HQ의 조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다.

롯데그룹 식품군HQ가 출범한 2021년 말 이후 롯데웰푸드에는 식품군HQ 담당 임원이 총 4명이었다. 이영구 부회장을 비롯해 상무급 임원 3명이 추가로 배치돼 경영기획과 전략경영, 비전전략, 인사노무 등을 담당했다.

이들은 롯데웰푸드를 중심으로 롯데칠성음료, 롯데GRS 등 롯데그룹의 주요 식품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영구 롯데웰푸드-롯데상사 합병 만지작, 위상 축소 '식품군HQ' 존재감 부각

▲ 롯데웰푸드가 롯데상사와 합병하면 연매출 5조 원을 바라보는 식품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롯데웰푸드 사옥.


하지만 2023년 들어 식품군HQ 담당 상무가 2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조능제 상무보만 유일한 식품군HQ 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완신 전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7월 건강 문제를 이유로 호텔군HQ 총괄대표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조직이 해체된 호텔군HQ와 비슷한 규모다.

화학군HQ와 유통군HQ의 구조를 살펴보면 식품군HQ의 축소가 더욱 눈에 띈다.

롯데쇼핑에만 해도 유통군HQ 담당 임원이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5명 포진돼 있으며 롯데케미칼에는 화학군HQ 담당 임원이 총 13명 존재한다. 각각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와 유통 계열사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탄탄히 수행할 수 있는 구성인 셈이다.

식품군HQ의 위상이 다른 사업군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이영구 부회장으로서도 체면이 서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식품군HQ에서 5년 만에 탄생한 부회장이며 현재 주요 사업군HQ 총괄대표 가운데 롯데그룹에 가장 먼저 입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부회장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식품군HQ 수장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할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이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병해 롯데웰푸드로 만들면서 연매출 4조 원짜리 식품기업을 만들었다. 여기에 롯데상사까지 더하면 연매출 5조 원을 바라보는 거대 식품기업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