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4680 배터리’ 자체 생산 난관 극복, LG엔솔 공급 앞두고 부담 커져

▲ 웨이드 모드를 작동해 사이버트럭을 수중 환경에서 주행하는 모습. 차고를 높이고 배터리팩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여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만드는 모드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4680 배터리를 싣는다.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그동안 기술적 난제로 여겨졌던 ‘건식 공정’을 도입해 4680(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제조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는 당분간 4680 배터리를 외부서 조달 하겠지만 자체 건식 공정의 양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업체들에 공급가 인하 압박을 가하거나 발주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1일(현지시각)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에볼루션에 따르면 테슬라의 콜 오토 배터리 엔지니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건식 코팅한 4680 배터리를 최초로 탑재한 사이버트럭 차량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680 배터리 개발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제시했었다. 개발에 진척이 없으면 4680 배터리를 자제 제작을 중단할 가능성마저 거론됐는데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낸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작년 연말부터 건식 공정 적용에 애를 먹고 있었다. 당시 배터리 생산량이 필요 물량의 10%에 불과해 4680 배터리를 쓰는 사이버트럭 제조에도 여파를 미쳤다. 하지만 이런 난관을 어느 정도 극복해 차량 생산 속도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식 공정은 배터리 전극 제조 과정에서 활물질과 도전재 및 바인더를 섞기 위해 액체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공정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기존 습식 공정과 비교해 생산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테슬라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건식 4680 배터리 개발을 밀어붙여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활로를 만든 셈이다.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의 건식 코팅 공정은 제조 비용 혁신에 중요한 이정표“라며 ”제조 원가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4680 배터리’ 자체 생산 난관 극복, LG엔솔 공급 앞두고 부담 커져

▲ 배터리셀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모습. 해당 배터리는 4680 규격은 아니며 참고용 이미지다. < LG에너지솔루션 > 

이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해 오던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협력사들에 부담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성과를 보이며 연내 테슬라에 공급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크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로 최근 2개 분기 잇달아 사실상 영업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4680 배터리는 테슬라와 달리 습식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데 테슬라가 자체 생산한 건식 배터리보다는 단가가 비싸다. 이에 테슬라로부터 중장기적으로 단가 인하 압박이 들어오거나 수주 물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떠오른다.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선점은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다. 

테슬라는 배터리부터 완성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까지 대부분 직접 제조해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보다 크게 높은 영업이익률이 이를 증명한다. 

테슬라가 이러한 사업 기조를 4680 배터리에서도 이어가 자체 물량을 우선순위에 두면 경쟁사들로서는 공급량 확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테슬라로서도 4680 배터리 탑재 비중을 늘리는 작업에 자체 생산분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관측이 많다. 

건식 공정으로 만든 배터리가 단가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습식 공정보다 성능 면에서 나은 점이 없다는 점도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가 당장 4680 비용 절감 효과를 고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거라 보지는 않는다“라며 ”공정을 최적화할 때까지 초기에는 크고작은 문제들이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습식 4680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을 꾸준히 증명한다면 매출에 활력소를 얻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에 건식 공정에서도 파일럿 생산 라인을 갖추고 2028년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도입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