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거세진 당국 책임론 속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사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티메프 사태가 심화하면 고금리에 시름하는 업계 전반 자영업자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여러 위기대응 경험을 토대로 위기의 자영업자를 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티메프 사태 거센 금융당국 책임론, 금융위원장 김병환 '위기대응 능력' 시험대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은 7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뒤 첫 간부회의에서 티메프 사태 관련 지시사항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책임론이 커지며 티메프 사태 해결이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의 첫 과제로 떠올랐다.

이날 김 위원장 취임 뒤 처음으로 경제금융수장 F4(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가 모인 거시금융경제회의에서 티메프 사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김 위원장은 거시금융경제회의 뒤 이복현 금감원장과 단독 회동에서도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 구제를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전날 취임식을 거르고 바로 주재한 금융위 간부회의도 티메프 사태 대응으로 채워졌다.

김 위원장의 속도감있는 대처에는 금융당국이 티메프 사태에 책임이 크다는 정치권 지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티몬·위메프 부실을 미리 인지하고 2022년 6월과 2023년 12월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었지만 사후 조치는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이 맺은 MOU는 아무 실효성이 없다”며 “금융위가 감독규정을 변경하면 되는데 국회 핑계를 대고 이제 와서 규정이 없어 못했다고 한다면 금감원은 정말로 문 닫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티메프 사태 거센 금융당국 책임론, 금융위원장 김병환 '위기대응 능력' 시험대

▲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티메프 사태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번 사태 중심에는 비금융사가 금융사처럼 거액의 자금을 굴리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 두 플랫폼이 입점 상인의 결제대금을 정산 전까지 맡아두지 않고 인수합병 등 다른 부분에 유용했고 소상공인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서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을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가 결제대금을 분리보관하는 ‘에스크로’ 의무화 등 규제 강화로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소상공인 자금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으로도 지목되는 은행권의 ‘선정산대출’의 실효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정산 대출은 은행이 매출채권을 토대로 소상공인에 결제대금을 미리 내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는 상품으로 2018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소상공인을 돕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한 상품인 만큼 2019년 4월 금융위원장 주재 혁신금융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는 특색있는 대출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뒤 시장은 성장을 이어갔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이커머스 업체 선정산 대출 규모는 1584억1천만 원(2261건)으로 집계됐다. 은행은 거액의 피해를 떠안고 자영업자는 더욱 돈을 구할 구석이 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에서 ‘은행 영업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선정산대출 취급 기관을 추가점검하고 있다”며 “다만 선정산대출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은 사실관계 파악 뒤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이 해결해야 하는 자영업자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은행이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52%로 2022년 말(0.50%)의 3배 수준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3일 25조 원 자금 투입을 담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기재부에서 여러 위기 상황에 대처하며 존재감을 키워 초고속 승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벌어진 사무관 시절에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국내 도입을 이끌어 기업 유동성 확보를 도왔다.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2014년에는 경제분석과장, 2021년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는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해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을 지명하며 위기대응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