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자율주행 연합 추진, 테슬라 ‘로보택시’ 대항마 부각

▲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6월21일 도쿄 본사엣어 열린 정기주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자율주행 사업에서 테슬라 ‘로보택시’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완성차업체들 그리고 미국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우버와 접촉해 자율주행 협업을 모색하고 있는데 기존 인공지능(AI) 투자를 밑거름 삼아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일본 닛산과 혼다 등 완성차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과 자율주행 사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테슬라와 협업 가능성이 거론되던 우버 또한 소프트뱅크와 자율주행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프트뱅크를 중심축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 우버가 합심해 자율주행 개발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일본 자동차업계 주요 인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소프트뱅크와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상하이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시험 주행을 승인받은 것을 계기로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한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모습이다.

테슬라가 주행보조 기술인 완전자율주행(FSD)과 신사업 ‘로보택시’로 새 성장동력을 키우는 단계에 곧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후발주자로 나선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우버 등은 테슬라의 경쟁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데 소프트뱅크가 이들과 힘을 합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산업 판도에 변수를 만들어 내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라이벌 관계에 놓인 완성차 업체들을 끌어모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5년까지 최대 4천억 달러(약 553조592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시장 규모의 10배에 이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자율주행 연합 추진, 테슬라 ‘로보택시’ 대항마 부각

▲ 테슬라 주주총회에 공개된 차량 모형의 측면. 스티어링휠에 없는 걸로 보아 자율주행 로보택시 프로토타입으로 추정된다. 벽면에 코드명 NV93이라고 적힌 모습도 보인다. <테슬라>

전기차 세계 1위 기업인 테슬라가 새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자율주행 무인택시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선택지는 자연스런 수순으로 여겨진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오펜하이머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자율주행이 테슬라 성장 동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올 1분기 0.45달러였던 주당순이익(EPS)을 2030년까지 최대 2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달리 유통이나 통신업을 핵심 사업으로 둔 소프트뱅크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AI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는 점이 자율주행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짚었다. 

자율주행 기술을 정교화하는 작업에 AI를 활용한 기계학습(머신러닝)이 필요한데 관련 기술을 확보해 두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프트뱅크는 수십 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지분을 90% 가까이 확보해 자회사로 들인 것을 포함해 AI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차량 제어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 물량을 확보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어 ARM 지분을 쥔 소프트뱅크의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소프트뱅크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위치기반 경로 안내(네비게이션) 기업 맵박스에도 2023년 9월 2억8천만 달러(약 3874억 원)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가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흑자전환에 성공해 투자할 여력을 갖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2024년 3월 기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여유 자금만 400억 달러(약 55조349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자율주행 업체들 가운데 자금 확보 난관에 봉착했던 곳들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프트뱅크가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강점을 갖춘 셈이다. 향후 인수합병과 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힘쓸 공산이 크다. 

손정의 회장 또한 소프트뱅크의 재무구조가 정상화된 것을 계기로 AI 투자를 공격적으로 재개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율주행 업계에는 AI가 기술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라며 “AI에 주도적으로 투자해 온 손정의가 중요한 이유”라고 평가했다. 

결국 소프트뱅크가 AI 기술을 중심축으로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업해 자율주행 상용화에 나서는 방식이 성공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손 회장은 6월21일 도쿄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자율주행과 AI 로봇공학 등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