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 오너3세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이 경영승계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음악사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ENM이 자체 육성한 보이 그룹 제로베이스원(ZB1)이 올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만큼 이들의 성과 여부는 이 실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JENM ‘ZB1’ 해외진출 본격화에 음악사업 훈풍, 이경후 경영승계 명분 착착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창작책임자 겸직)이 경영승계의 명분을 쌓는 과정에서 회사가 자체 육성한 보이 그룹 제로베이스원(ZB1)의 해외 진출 성과는 이 실장에 대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17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제로베이스원은 다수의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팬덤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로베이스원은 CJENM이 산하 레이블 ‘웨이크원’을 통해 2023년 7월 데뷔한 보이 그룹이다. 데뷔와 동시에 잇달아 백만 장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제로베이스원은 3월 일본에 정식 진출하며 글로벌 음악시장으로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앨범 발매 당일에만 18만7천여 장을 팔며 오리콘 차트 1위와 함께 역대 K팝 아티스트 데뷔 앨범 첫날 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앞으로 일정은 더 많다.

제로베이스원은 20일 마카오 갤럭시아레나에서 열리는 중화권 음악 페스티벌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어워즈 2024’에 참가하며 중화권 팬들과 접촉면을 넓힌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5일 ‘글로벌 스핀 라이브’에 출연한다. ‘글로벌 스핀 라이브’는 그래미(세계적 음악 시상식) 뮤지엄의 온라인 퍼포먼스 시리즈로 글로벌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콘텐츠다.

26~28일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K-팝 슈퍼 페스티벌 ‘KCON LA 2024’에도 참석한다. 8월에는 일본 최대 도심형 음악 페스티벌 ‘서모소닉 2024’에도 출연해 8월17일(오사카)·18일(도쿄)에서 일본 팬들을 만난다. 

9월20~22일 서울을 시작으로 첫 번째 해외투어에 나서며 싱가포르,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마카오, 일본 아이치, 일본 가나가와 등 8개 지역에서 14회 공연을 펼친다.  

제로베이스원은 서바이벌 오디션 ‘보이즈플래닛’을 거쳐 결성된 보이 그룹으로 한국인과 외국인을 반반씩 섞어 참가자를 구성했던 만큼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멤버 9명 가운데 3명은 외국인이다. 2명은 중국인, 1명은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제로베이스원의 해외진출 성공 여부는 CJENM의 음악사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지닌 아티스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하이브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60%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아티스트의 가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제로베이스원의 해외진출 성과는 이경후 실장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올해 초부터 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창작책임자(CCO)를 겸임하며 음악사업에서 역할을 확대한 만큼 주력 아티스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를 향한 경영 평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장은 CJ그룹에 합류한 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 실장은 임원에 오르기 전 CJ 미국지역본부에서 일하며 한류 콘서트 케이콘(KCON), 식품 브랜드 비비고 등을 성공시키며 CJ그룹의 북미 사업 확대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CJENM 브랜드전략실에서도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한 드라마와 영화, 공연 분야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JENM ‘ZB1’ 해외진출 본격화에 음악사업 훈풍, 이경후 경영승계 명분 착착

▲ 제로베이스원의 해외 투어 포스터. <제로베이스원 공식 인스타그램>

재계 안팎에서는 CJ그룹의 후계구도가 이재현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남매경영과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그룹의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이 부회장이 콘텐츠사업에 전념해왔는데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누나인 이경후 실장이 비슷한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3세 경영 시대에는 누나인 이경후 실장의 역할이 현재 이 부회장보다도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남매의 각자 경영체제가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후 실장으로서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이 실장이 역할을 확대한 음악사업은 비교적 순항하고 있어 경영승계의 명분을 착실히 쌓아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CJENM이 올해 1분기에 엔터테인먼트 부문(미디어플랫폼, 영화·드라마, 음악)에서 영업손실 139억 원을 낸 상황에서도 음악사업에서는 영업이익 48억 원을 거둬들였다. 2분기 이후에도 음악사업 실적은 꾸준히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CJENM의 2분기 음반 판매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258%나 증가하며 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300만 장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로베이스원뿐 아니라 아이앤아이(INI), 제이오원(JO1) 케플러(Kep1er) 등 네 팀의 아이돌 그룹이 모두 컴백한 효과로 분석된다. 

기존 아티스트의 활약과 더불어 신인 아티스트 데뷔도 음악사업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음악사업이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흑자 전환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서바이벌 오디션 아이랜드2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 이즈나(izna)가 7인 멤버를 확정하고 연내 데뷔를 위한 준비에 돌입함에 따라 내년에도 음반과 공연에서 시장 초과 성장이 확실시 된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