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중국 반도체 규제' 수위 더 높인다, 당위성 확보는 쉽지 않아

▲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하는 반도체 규제를 더욱 강화하며 동맹국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당위성을 설득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기술 규제를 강화할 채비를 갖추며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를 향한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중국 매출에 타격을 우려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러한 정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17일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반도체 무역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동맹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특히 ASML과 도쿄일렉트론의 고사양 반도체 장비가 중국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는 최근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ASML과 도쿄일렉트론이 생산하는 일부 장비를 중국에 사실상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런 대응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ASML과 도쿄일렉트론은 모두 중국을 반도체 장비 수출에 중요한 시장으로 두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실적과 주가에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주요 장비업체도 미국 정부의 대중국 규제 강화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 기업 관계자들이 최근 미국 정부 측과 회의를 진행하며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가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반도체 기술 규제가 점차 강화되어 왔지만 화웨이와 SMIC,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SMIC는 미국 규제로 ASML의 극자외선(EUV) 첨단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됐지만 지난해 구형 장비를 이용한 7나노 첨단 미세공정 상용화에 성공하며 저력을 보였다.

YMTC도 3D낸드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핵심 기술 확보에 성공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해외 경쟁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이 더 엄격한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요구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연임 가능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기술이 조금이라도 활용된 반도체 장비에 수출을 규제할 권한을 얻을 수 있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공급망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이는 관련 업체들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후폭풍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는 이미 일부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동맹국을 재차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