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인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향후 주택 가격 안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심상치 않은 서울 아파트값, 가계부채 느는데 정부 여전히 규제 완화 신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가 모두 합쳐 2만3328건이 거래된 가운데 53.1%가 9억 원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상반기 ‘서울 9억 원 초과’ 거래 건수는 모두 1만2396건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55.7% 증가했다. 이어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37%, ‘3억 원 초과 6억 원 이하’ 21.2% 늘었다. 반면 ‘3억 원 이하’ 거래는 15.3% 줄었다.

저금리 대출상품이 출시되고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커짐에 따라 3월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격히 증가했다. 2월 20%대였던 서울 아파트 9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3월 40%대로 오른 뒤 6월에는 58.4%까지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매매가 상승 폭은 0.24%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8년 9월 0.26% 이래 5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청약 불패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서울 강북 지역에서 처음으로 평당 분양가가 5천만 원을 넘어 고가 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막상 청약을 진행하자 5만 명 이상이 몰렸다.

213가구를 모집하는 특별공급에는 1만2535명이 몰리며 평균 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에서는 250가구 모집에 4만988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했다.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84㎡ A타입은 자그마치 27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성북구 장위6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서는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도 15일 특별공급에서 353세대 모집에 5223명이 접수하는 등 두 자릿수 경쟁률(14.79대 1)을 기록하며 청약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는 16일 1순위 청약을 모집한다.

서울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통화 정책을 관장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 정책 혼선을 빚었다.

박상우 장관은 11일 국토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지금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시적 흐름”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경제 대내외 여건을 보면 집값이 과거처럼 폭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심상치 않은 서울 아파트값, 가계부채 느는데 정부 여전히 규제 완화 신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창용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과열을 향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며 “잘못된 신호를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가계부채가 늘고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정책성 주담대를 늘리고 대출 규제를 늦추는 정책을 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부추긴 것 아니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만 은행권 주담대가 약 27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정책금융인 디딤돌(구입), 버팀목(전세)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은행권 자체의 주담대 취급 잔액 또한 늘어나면서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 1115조5천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뒤늦은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등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이행 여부 등 은행권의 가계부채 현장점검에 나섰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주담대 가산금리도 인상하는 등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에 발맞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1일 주담대 감면금리의 폭을 0.20%포인트 축소했고 국민은행은 3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0.13%포인트 높였다. 이외에도 신한은행 0.05%포인트, 우리은행 0.10%포인트 주담대 금리 인상이 발표됐다.

다만 하반기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퍼지고 있어 인위적 대출 규제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5년물 은행채 금리 모두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024년 들어 제일 낮은 3.52%로 5월 3.56%보다 0.04%포인트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물 은행채(AAA) 금리 역시 3.347%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