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각지에서 밀 종자 모았던 영국, 기후적응 작물 개발 가능성 높아

▲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밀을 수확하는 모습.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세계 밀 생산지역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영국이 제국 시절 식민지 각지에서 모은 종자를 활용해 기후변화 환경에도 적응성이 높은 작물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영국과 중국 연구진이 합작한 국제 프로젝트 결과 827종에 달하는 밀의 유전체 지도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연구에 활용한 밀 종자들은 대영제국 식물학자 아서 왓킨스가 20세기 초반에 식민지 전역에서 수입해온 것들로 이뤄졌다. 왓킨스가 사망한 이후에는 영국 존 이네스 연구센터가 관리해오고 있었다.

사이먼 그리피스 존 이네스 연구센터 유전학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번에 발견한 것은 금 광산이나 다름없다”며 “향후 세계가 더 더워지면서 농업이 기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이번 연구 결과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인구가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 가운데 5분의 1이 밀에서 나온다. 밀이 부족해지면 세계 식량 위기가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번 연구에 협력한 쳉쉬펭 중국 농업과학원 연구원은 가디언을 통해 “우리는 연구를 통해 밀이 과거에 지니고 있었던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나라 연구진은 밀의 유전체 지도가 거대한 만큼 원하는 특성을 발견할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밀 유전체 지도에 포함된 DNA단위는 무려 170억 개다. 인간 유전체 지도는 30억 개로 구성돼 있으니 인간보다 지도가 5배 이상 큰 셈이다.

그리피스 유전학자는 “다행히 중국 연구진의 협조로 이들 DNA단위 염기서열 정리 문제는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유전지도를 분석한 결과 현대 밀에서 보이는 특성은 유전지도 내에 들어 있는 밀의 특성 가운데 단 40%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특성이 발현되지 않은채 유전자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상고온에도 강하며 가뭄이나 홍수 등 물 변동 상황에도 강한 작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정리한 종자들을 바탕으로 개량 연구에 나섰으며 현재 존 이네스 연구센터 내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개량작물들을 육성하고 있다.

그리피스 유전학자는 “밀 종자들을 모았던 왓킨스는 우리가 현대 밀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특성들도 필요해질 때가 올 것이라는 선구안을 지녔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선구안에 우리는 굉장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