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7-12 16: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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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12일 재계의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안 평가를 종합하면 해외 원전 수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사업에 대한 박 회장의 강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꺼내든 사업구조 개편안을 살펴보면 원전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0대 그룹 재입성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박 회장이 지난 5월13일 체코 플젠시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고, 두산로보틱스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밝혔다.
원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은 그동안 사실상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모회사 두산에너빌리티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분리하는 개편안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반발이 상당히 거셀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그룹이 개편안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한 것은 박 회장이 그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두산그룹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룹은 두산밥캣을 분리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을 고려해 기존 주주들에게 두산에너빌리티 최근 시세를 고려한 매수가 2만890원(12일 종가 2만900원)에 오는 9월 말 회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그룹은 그러면서 9월 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6천억 원을 넘기면 두산밥캣 분리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은 에너빌리티 주가가 9월 말에도 2만890원을 웃돌아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만큼 박 회장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해 향후 소형원자로(SMR) 등 원전 사업 수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배구조 개편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과 원전 분야에서 수주 잠재력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용 피더관 제작 공급계약을 맺으며, 원전 관련 실적을 쌓았다. 피더관은 원전 주요 설비 가운데 하나로 원자로 온도를 조절해 주는 냉각재 배관이다.
현재 회사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와 함께 체코, 폴란드,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 두산에너빌리티가 참가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이번 달 발표될 예정인 체코 신규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 4월29일(현지시각)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발주사(EDU II)를 직접 방문해 최종입찰서를 제출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특히 체코 원전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체코 정부는 이달 내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하면 향후 다른 나라 원전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 주가의 지속적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
SMR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인 미국 SMR 개발사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IT인프라기업 스탠더드파워에 24기의 소형원자로를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협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는 폴란드·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 수주 기회도 가시권에 있다"며 "SMR 분야에서도 제작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이 지난 11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자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12일 종가 기준 두산그룹 시가 총액은 31조5926억 원으로 하루 새 1.91% 늘었다.
두산로보틱스의 12일 장마감 가격은 10만570원으로 11일보다 23.92% 상승했다. 하루 새 시총이 1조3223억 원 늘어나며 6조8515억 원이 됐다. 두산밥캣은 5만4600원으로 11일보다 5% 증가했으며, 시총은 2606억 원 늘어나며 5조4736억 원이 됐다.
최근 두산그룹 상장사들 시총이 부쩍 오르고 있다. 이날 기준 두산그룹 시총은 총 약 31조5천억 원으로, 그룹사 시총 순위 11위를 기록했다.
역시 이날 기준 시총 10위인 카카오그룹(37조9189억 원)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한 때 재계 시총 순위 20위권 밖에 머물기도 했지만, 최근 원전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총을 키우며 재계 10위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