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속 엇갈린 실적 기상도, 삼성 HDC현산 ‘맑음’ 대우 DL ‘흐림’

▲ 올해 하반기에도 건설경기가 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형건설사들도 실적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모양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하반기에도 건설업계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 침체는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대형건설사들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실적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여전히 건설업계 침체 기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3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 수출 회복세 시현 등에도 누적된 고물가 및 고금리 탓에 체감경기가 살아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바라봤다.

특히 건설투자 분야는 “신규공사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잠재 리스크 등으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나온 국내 주요 산업군 업황 현황 및 전망 분석을 종합해보면 건설은 석유화학과 함께 꾸준히 바닥을 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현대자동차·기아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조선산업은 반등 기미가 뚜렷하다. 이차전지·철강산업 등은 최근 들어 부침을 겪고 있지만 업황에 따라 기대치가 변화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기간 건설과 석유화학산업은 오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매년 초 내놓는 산업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모두 ‘비우호적’ 전망으로 평가된 산업은 건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3개다. 이 가운데 최근 한신평의 ‘2024년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에 따르면 건설과 석유화학기업들이 신용등급 하향을 주도했고 하반기 역시 비슷한 흐름이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대한상의가 실시한 ‘하반기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서도 건설과 석유화학산업은 철강산업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건설은 산업 구조상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기초 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철강의 업황 부진에는 중국발 공급과잉 및 저가 공세 등 산업 내부 현상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건설업은 상대적으로 금리상승 등 일반적 경제지표 탓에 흔들리는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건설산업은 정부의 보호·육성 정책 영향 아래 성장한 독특한 문화와 제도를 지니고 있다”며 “이런 특성은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불안 등 외적 요인에 쉽게 흔들리고 다른 산업과 비교해 회복 속도도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현황 및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건설수주는 모두 49조3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했다.

또 올해 연간 건설수주 규모는 지난해보다 10.3% 축소되는 170조2천억 원으로 전망됐다. 2018년부터 꾸준히 늘어왔던 건설수주가 지난해 17.4%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극심한 경기침체 탓에 대형건설사들도 과거 주택 중심 호황기와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건설사가 외형을 유지하거나 확대한 반면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장 대형건설사 6곳(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가운데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0조8820억 원, 영업이익 7882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건설부문은 매출 5500억 원, 영업이익 3200억 원가량을 책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년 전보다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6% 증가한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견실한 해외사업 실적과 함께 그룹 계열사 일감(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뒤를 받치고 있는 데다 수년 동안 국내 주택사업을 축소해 온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며 올해 초 설정한 매출 목표 17조9천억 원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상반기 추정 매출은 11조 원가량으로 이미 연간 목표의 60%를 넘어선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대규모 자체개발사업을 앞둔 점이 주목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671억 원, 영업이익 57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902% 늘어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분기 원가 상승분을 선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3분기부터도 총사업비 4조5천억 원 규모의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착공 및 2천여 세대 분양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에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복합용지와 상업용지가 건축심의를 잇따라 통과했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서울시가 성공적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으면서 사업 추진에 힘이 붙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속 엇갈린 실적 기상도, 삼성 HDC현산 ‘맑음’ 대우 DL ‘흐림’

▲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반면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건설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6466억 원, 영업이익 1316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40% 감소하는 수치다.

이는 각각 1년 전과 비교해 3개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주택부문 실적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해외 수주잔고도 줄어들고 있어 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반기 조 단위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이 다수 대기하고 만큼 추후 반등을 기대해볼 여지는 남아 있다.

DL이앤씨는 플랜트부문 선전에도 원가율 개선이 더딘 주택부문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973억 원, 영업이익 852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 영업이익은 19%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6월 말부터 DL이앤씨 분석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 5곳이 모두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800억 원 이하로 잡을 만큼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4곳은 DL이앤씨 목표주가를 내려 잡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올해 초 주요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목표까지 내놓고 실적 개선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 목표 5200억 원은 사실상 달성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다행인 것은 DL이앤씨가 실적 정체기를 버틸 체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DL이앤씨는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조4320억 원, 차입금 의존도 13.5%, 부채비율 102.3% 등 건설업계에서 손꼽히는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최근 다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29조6514억 원)과 2021년을 넘어서는 영업이익(7854억 원)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1년 전보다 40% 이상씩 늘리는 실적 호조가 이어졌다.

다만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시장기대치(2334억 원)를 밑돌았다는 추정이 나오면서 목표주가가 하향하는 등 수익성을 둘러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외형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GS건설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유력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온다.

물론 올해 GS건설의 실적 반등이 수치만큼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GS건설이 지난해 4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본 것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재시공 비용 및 보수적 주택 원가 반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적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2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분기 매출 3조 원대, 영업이익 900억 원 안팎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 하반기 건설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선행지표 감소, 경제 저성장, 고물가, 금융여건 어려움이 지속돼 올해 건설수주 및 건설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유동성 및 재무 안정성 관리와 사업구조 다변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짚었다. 장상유 기자